아베노믹스 6년… ‘3개 화살’ 정책 전개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은 어떻게 20년 경제 침체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1990년대, 오늘의 우리나라 못지않은 취업난을 겪던 일본의 청년들이 지금은 어떻게 오라는 회사가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게 됐나. 몰락의 길에 빠져들었다던 일본의 대표적 기업 소니는 어떻게 20년 만에 최고 영업실적을 올리며 화려한 부활의 팡파르를 울리고 있나.
물론 일본 경제가 온통 장밋빛만으로 채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한발 먼저 밀어닥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은 일본 사회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장기간 시중에 돈을 푸는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국가 부채도 크게 늘어났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성과든 문제점이든 모두 우리에겐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성공과 실패를 잘 관찰하고 제대로 학습한다면 우리에겐 그보다 더 좋은 참고서가 없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다시 일본을 깊이있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에 긴장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우리의 일본 탐구는 더욱 다양하고 깊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뉴시스가 오는 28일 일본과 국내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뉴시스 2018 재팬 포럼’을 개최하는 취지이다. 포럼에서는 일본의 경제가 부활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을 짚어내고 그것을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본 경제의 문제점도 정확히 찾아내 우리가 같은 길을 가지 않도록 하는 지혜도 모을 것이다.
◇20년 장기불황서 탈출한 일본 경제
일본을 20년 장기불황에서 구출해 낸 주역이 '아베노믹스'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제2기 내각을 출범하면서 경제활성화를 겨냥해 내건 정책으로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을 무기로 하고 있다. ▲과감한 통화 정책을 통한 양적 완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적극적인 성장전략이다.
그 결과 일본 경제의 성장률은 꾸준히 올라갔고 실업률은 내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제2기 아베 내각이 출범한 직후인 2012년 12월 26일과 5년 후인 2017년 12월 26일을 비교하면 실질성장률은 0.9%에서 2.5%로,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을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0.83배에서 1.56배로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실업률이 5.5%까지 상승하자 ‘로스제네(잃어버린 세대)’, ‘슈카쓰(취업활동)’ 등 당시 팍팍한 사회현실을 반영한 용어들이 등장했다.하지만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된지 5년이 지난 2017년에는 오히려 일손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2000년대 후반 취업난을 겪은 일본의 젊은 청년들이 현재 아베 정권의 든든한 지지층이 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같은 기간 닛케이평균지수는 1만230에서 2만2892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2011년 도호쿠(東北)지역의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에 따른 재앙적 타격을 이겨내는 데도 '아베노믹스'는 큰 힘을 발휘했다. 2009년 54년만에 정권을 잡았던 당시 집권 민주당은 동일본대지진 위기에서 일본을 구해줄 결정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자민당에 다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다시 등장한 아베 총리는 철저히 ‘경제 최우선의 노선’을 취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초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를 일본은행 총재로 앉히고 연간 최대 80조엔(약 800조원)을 푸는,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아베노믹스'의 세 개 화살중 하나인 '대담한 금융정책'이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정부가 과감한 금융, 재정 정책을 통해 국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그 위에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제를 살리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고 정부는 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적잖은 시사를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베노믹스'로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 영업 이익은 증가했지만 개인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늘지 않아 실물경기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영업 이익으로 수익이 높아진 기업들의 임금 인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제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 부채 문제도 더 심각해졌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일본의 GDP 대비 공공부채률은 22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우리 못지 않게 심각하다.
앞으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예의주시해 보아야 할 것이다. '뉴시스 재팬 포럼'에서 상당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yunc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