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신문고' 靑국민청원…"여론몰이글 무분별 등록돼 문제"

기사등록 2018/11/06 14:24:18

"소통 노력 좋지만 인신공격·정치편향 청원 많아"

"20만명 응답 기준 근거 불분명, 주목 경쟁 발생"

"동의만 가능하고 반대도 없고 댓글도 달 수 없어"

"토론 아닌 '던지는' 공간…공론장 전체 시야 필요"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홈페이지.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이 운영·절차상 맹점이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부적절한 게시글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삭제 조치 절차 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동의자 수가 30일 내 20만명이 되면 청와대나 담당 정부부처가 답변을 해야 한다는 특징과 최근 강서 PC방 살인 사건 관련 심신미약 범죄자 처벌 강화 촉구 청원에 100만명이 넘게 동의하는 등 화제성으로 국내 '제1의 신문고'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6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국민청원, 현황과 과제' 포럼에서 "(국민청원에) 공적현안이 아닌 사적이거나 여론몰이식 글들이 여과없이 등록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특정인 인신공격과 성별 갈등 조장, 과도한 정치편향적 청원까지 여과없이 올라오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국민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청원 수는 30만건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약 742건, 시간당 약 30.9건의 청원이 신규 등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30일 내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은 청원은 총 57건으로 53건에 대한 답신은 완료, 4건은 준비 중인 상황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청원에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하는 등 소통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일부 허점들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등록 게시 가능한 글 기준으로 '국정 현안' 관련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국정현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어떤 이슈건 등록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등록 게시글에 대한 동의와 추천만 가능하도록 설계돼 반대 의견을 표출할 수 없는 점, 부적절한 게시글에 대한 삭제 이유의 절차적 정당성에 있어서 문제 발생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응답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20만명 이상이 응답의 기준이지만 그 근거가 불분명하며, 이 수치에 매몰돼 주목 경쟁 양상과 왜곡이 발생한다"며 "소수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적극적 지지자들의 욕구가 과잉대표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국민소통을 위해서는 청와대 뿐 아니라 국회, 정당, 정부기관, 지자체들이 함께해야 하지만 현행 국민청원제도는 이들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모든 이슈가 청와대 게시판으로 쏠린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행 청와대 국민정원은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곳이 아니라 이슈를 '던지는' 공간"이라며 "단지 동의만 할 수 있으며 반대를 누를 수도 없고 댓글도 달 수 없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슈의 현황판일 뿐 집단지성의 공론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정부가 국민청원 게시판만 봐서는 안되고 그와 연결된 공론장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며 "빅데이터 분석 방법 등을 활용해 해당 이슈가 다른 미디어와의 연결망 속에 어떻게 논의되는지 등 여론 분석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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