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D-4] 이민자 혐오광고 논란 격화…표심 영향은?

기사등록 2018/11/02 10:25:47

공화당 지지자들,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민자' 지적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을 비난하고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의 새로운 중간선거 광고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계정 캡처 이미지> 2018.11.2.

【서울=뉴시스】 이운호 기자 =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는 중간선거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공화당에게 불리한 의료보험 대신 이민자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미국 사회에서 '문화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멕시코 이민자 출신의 살인자 루이스 브라카몬테스는 “더 많은 경찰을 죽이겠다”고 말하며 웃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그를 미국으로 들여보냈다”는 광고문구가 그의 얼굴 위로 깜박인다. 다음 장면에서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출발한 캐러밴 이민자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잇달아 등장한다. 그러면서 화면 위로는 “이번에 민주당은 누구를 미국에 들여보낼까?”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어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다시 안전한 미국을 만든다”는 문구로 광고를 마무리한다.

이 광고는 트위터에서만 약 400만의 클릭수를 기록하며 확산되고 있다.

CNN은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자 문제 대신 살아나고 있는 경제를 부각시키라는 공화당 내 몇몇 의원들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31일 트럼프는 캐러밴 이민자 4500명로부터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군 병력 1만5000명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1만 5000명의 병력은 현재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는 미군 병력의 3배에 해당한다. 걸어서 이동하고 있는 캐러밴 이민자들은 여전히 미 국경에서 15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이들이 미국 남부국경 인근에 도달하기 까지는 아직 수 주의 시간이 걸린다.

이민자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는 전략은 트럼프 뿐 아니라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선 다수의 공화당 후보들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고 있다. CNN은 테네시 주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공화당의 마샤 블랙번이 선거유세에 나서면서 '캐러밴'이란 단어를 800번 가까이 언급했다고 밝혔다.

블랙번의 한 광고는 중앙 아메리카에서 출발한 캐러밴 이민자를 두고 “갱 단원, 범죄자, 테러리스트일 수 있는 중동출신의 사람들”이라고 묘사했다. 이 광고는 “트럼프와 함께 선 마샤 블랙번이 벽을 세워 캐러밴을 막겠다”며 마무리 된다.       

이런 주장에 대해 CNN은 지금까지 중동출신의 사람들이 캐러밴 대열에 합류했다는 정보는 없으며 이는 단순히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민주당에게 뒤쳐져 있는 이번 선거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공화당의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범죄자를 등장시켜 혐오를 자극하는 광고는 1988년 선거에서도 사용되었다.  여성을 성폭행 후 살해한 윌리 호튼을 등장시킨 조지 HW 부시 대선 캠프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마이클 두카키스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그 책임을 넘기는 내용의 광고를 방송했다.

이 광고는 흑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이용 백인 유권자의 공포심을 자극해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CNN은 그 후 30년이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흑인 대신 중남미 출신의 라틴계 이민자들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두들 의료보험 대신 이민자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략의 효과는 CNN의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애리조나 주에서 공화당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의 50%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민자 문제를 뽑았다. 이는 지난 9월에 진행했던 같은 조사의 결과보다 15% 상승한 수치이다. 네바다 주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도 이민자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뽑은 유권자는 지난 9월 28%에서 현재 42%까지 상승했다.

 unoism@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