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기여 인정해 달라"…한유총 요구 한줄도 반영 안돼
폐원시 퇴로 열어주고 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분명히
협조적인 전사연 요구는 전폭 수용…새 정책파트너로 부상
정부여당이 25일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에는 사유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한유총의 요구는 단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 폐원과 집단행동에 대한 엄정 대처하는 법 개정 사항을 담았고, 유치원 설립자의 사유재산을 인정하기보다는 폐원 시 퇴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설립자와 원장의 자격 기준은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유치원 4200여 곳 중 3300곳(78%)이 속한 가장 큰 사립유치원 단체다. 16년간 정치권 로비와 집단행동을 일삼으며 유아교육 정책을 원하는 방향으로 좌지우지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종합대책 발표 하루 전인 24일 한유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와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치원 부지와 건물을 설립자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공적이용료를 지급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유총의 요청은 철저히 묵살 당했다.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본인들이 자의에 의해 유치원 인가를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 체계상 공적사용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1200여 곳 사립유치원이 소속돼 있는 전사연의 요구는 실제 요구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반영됐다.
이날 당정이 발표한 방안에는 유치원이 법인으로 전환할 때 '수익용기본재산' 출연 조건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전사연의 요구보다 더 전면적으로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유치원도 설립자의 부지와 건물이 있기 때문에 우선 법인으로 최대한 전환하도록 유도해 운영상 투명성을 갖추도록 한 뒤 공영형 사립유치원 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계산이다.
국·공립유치원이 사용하는 에듀파인을 전면도입하는 대신 두 단계로 나눈 것도 에듀파인을 따르겠다는 유치원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사연은 에듀파인을 비롯한 국가 회계프로그램을 따르겠다면서도, 영세한 유치원은 교사들이 직접 회계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입이 간단하고 항목이 단순한 회계프로그램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충분한 연수와 행정인력 지원도 요청했다.
이를 반영하듯 당정은 에듀파인을 전면 의무화 하는 대신 단계적 도입을 택하고, 중소규모 유치원은 개발 중인 '차세대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정부는 단계적 도입 이유에 대해 "현 에듀파인 서버 장비가 노후화 됐고 용량이나 성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지만, 유치원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에듀파인은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유치원 의견을 수렴해 편의를 반영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에듀파인 전면 도입에 앞서 집중연수와 소규모 유치원 공동회계 실무적 지원도 할 예정이다.
위성순 전사연 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전사연이 꾸준히 건의해왔던 사항이 반영된 것 같다"며 종합적인 입장은 내부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발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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