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 수습은 功...인적쇄신은?
김 위원장의 가장 큰 공은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내 계파분열을 단기간에 묻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선거 참패 이후 4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 각 계파로 나뉘어 '네 탓 내 탓'을 거듭하며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연일 쏟아지는 여론의 비판과 낮은 지지율 등을 이유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많은 인사들이 거부의사를 밝혔다. 결국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고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로 지명됐던 김병준 위원장이 7월17일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다음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이념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고 국가주의 담론을 제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적하는 '국가주의' 프레임을 만들어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를 시작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계파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올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극에 달하던 한국당의 계파갈등이 단기간에 사라진 것은 어느 정도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김병준 위원장에게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서 당대표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존재감을 내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혁신의 질을 결정할 인적쇄신에서 뚜렷한 성과가 아직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추락한 한국당 지지율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직후부터 '인적청산'에 대한 요구를 많이 받아왔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어떤 계파의 누구의 목을 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김 위원장은 9월20일 당무감사를 거치지 않고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시켜 다시 꽂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임명해 전권을 주기도 했다.
문제는 전권을 받은 전 위원이 태극기부대, 보수통합전당대회, 단일지도체제 유지 등 권한과 범위를 뛰어넘는 발언을 하면서 당내 분란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23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냥 한 개인으로서 정치에 관심 가진 논평가로서 자기 견해를 말한 것이지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당의 결정권을 쥔 분으로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당 일부 의원들은 김 위원장과 조강특위 주도의 인적쇄신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새 지도부가 들어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당협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고, 또 현역 의원의 기존 당협위원장직을 재신임 하지 않을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조기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도 100일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발표한 10월 3주차 한국당 지지율은 20.8%로 김 위원장이 취임했던 7월 3주차 지지율인 18.3%에서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따라 분할된 보수를 합쳐야한다는 보수진영의 요구에 김 위원장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만나 인재영입 및 보수통합의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당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은 인재영입을 맡고,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지는 김무성, 홍준표 전 대표를 배제하는 역할을 나눠서 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3일 대구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 당 보수통합에 대해 "다들 전통적으로 한 그릇 속에 담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제가 말하는 통합은 네트워크"라며 "어디에 존재하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당이 그 중심선을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 최근 거론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 "민감한 문제"라며 "재판이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김 의원장의 임기가 아직 4개월여 넘게 남았고, 인적쇄신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당내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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