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집주인 일부 실거주…예상보다 전세 줄어
전문가 "전세값 급격 하락 어려워…완만한 하락 가능성"
내달 17~19일 입주자 사전점검…전세값 향방 확인될 듯
그동안 부동산업계에는 헬리오시티에서 최소한 3000여 세대의 전셋 물량이 쏟아져 일대 전세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헬리오시티가 잠실, 강동, 위례신도시 등 인근 지역의 세입자들을 빨아들이면서 주변 전세시장에 급격한 공동화를 일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덕분에 헬리오시티 영향권에 있는 일대 전세값도 올 한해 안정세를 지속해왔다.
인근 전세시장은 헬리오시티 입주까지 숨죽이며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른바 '폭풍전야'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 등으로 여러 변수가 생겨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누적된 서울 송파구 전셋값 변동률은 마이너스(-)4.36%로, 서울 25개 자치구중 최저다.
지난해 송파구 전세값 상승률이 3.02%로 서울 평균(1.83%)보다 높다는 것도 이유중 하나지만 업계는 올 연말 입주 예정인 '헬리오시티'의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헬리오시티는 가락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인데 가구수가 무려 9510세대에 달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중 최소 3분의 1 정도는 전세시장에 매물로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당초 재건축전 가락시영아파트 자체가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기 보다는 전세물량이 풍부한 단지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헬리오시티에서 전세 물량이 쏟아지만 송파구는 물론 성남시 분당구, 위례신도시나 강동구 등 전세시장도 매물을 소화 못해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매매가의 오름세가 그치면서 전세시장으로 나오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용면적 84.98㎡의 분양권 실거래가는 15억원 초반대에서 횡보중이다. 물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매매가가 횡보할 경우 매매보다 전세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가 또 바뀌고 있어 주목된다.
일단 일부 집주인이 세를 주지 않고 직접 입주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당초 예상보다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9·13대책 발표에서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조건으로 2년이상 실거주 조건을 달자 집주인이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당초 헬리오시티에서 전세 물량이 많이 쏟아지면서 급격한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나 최근에는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전세 매물을 소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쇼크가 생각보다 덜하다"면서 "하반기 들어 전셋값이 소폭 오름세고 이사철은 끝물인데다 입주시기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 주변 전셋값을 끌어내릴 정도의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헬리오시티가 9500가구 대단지라는 점에서 송파구를 비롯한 인근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잠실 주공아파트 1단지를 재건축해 지은 5678세대 규모의 잠실 엘스의 경우 입주 초반에 전세 매물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값에 영향을 미쳐 인근 레이크팰리스 등은 한동안 약세를 보였다.
현재 헬레오시티 전세값은 현재 6억~7억원 수준에서 횡보중이어서 세입자들의 급격한 인구이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파크리오의 같은 평형 전셋값이 7억원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서울 도심권 근접성에 따라 송파구내에서도 송파동, 문정동, 장지동 등이나 위례신도시 등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전세 물량이 60~70%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인근 강동구가 내년 1만세대 이상 입주를 앞두고 있다"면서 "인근 강남, 서초에서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다고 해도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헬리오시티는 연말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내달 17~19일 입주자 사전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아파트 입주 1~2개월 전에 입주자가 아파트 마감 등 품질에 대해 살피는 절차로 이 시기 전세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와 송파구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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