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볼턴 보좌관 취임 이후 대통령 못 만나
【로스앤젤레스=뉴시스】 류강훈 기자 = "그녀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정말 멋진 일을 해냈고, 우리는 함께 그런 일들을 해냈다. 우리는 많은 문제를 해결했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사임 의사를 공식 전달한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국 대사에 대해 늘어놓은 찬사이다. 그러나 이는 떠나는 자에 대한 전형적인 미국식 수사법이다.
헤일리 대사의 사임에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립 및 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자괴감이 작용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CNN은 헤일리 대사의 중도 사퇴는 자존심 강한 그녀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CNN이 백악관 움직임에 정통한 두 건의 제보를 근거로 밝힌 정황은 이러하다.
헤일리 대사는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하지 못했다. 렉스 틸러슨이 국무장관이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 대사를 백악관으로 자주 불러 조언을 들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파워와 존재의 의미를 가늠하는 척도는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취임하고, 같은 시기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제안보담당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존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이후 헤일리는 찬밥 신세였다.
헤일리 대사가 대통령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서 세력 균형의 추가 달라진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사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에게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헤일리 대사의 사임 발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를 이끄는 고위 관료들도 헤일리 대사의 사임을 몰랐다.
헤일리 대사의 속마음과 백악관 내의 기류를 두루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다.
hooney040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