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강간죄, 피해자에 가혹한 저항요구…개정은 검토필요"

기사등록 2018/10/04 16:35:06

"무고죄 맞고소, 성폭력 무고만 통계내기 실무상 어려워"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 2018.08.22.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4일 정치권 일각과 여성계에서 요구하는 비동의 강간죄 신설 등 현행법상 강간죄 개정과 관련해 "강간죄 성립요건 변경 문제는 국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신중론으로 답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동의 강간죄 신설 관련 입장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정 의원은 "우리의 성폭력 판단기준은 심각한 폭행과 협박이 있는지에 기준을 둔 최협의설(강간죄 등의 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한다는 뜻)을 따르고 있어 (피해자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기를 요구받고, 피해 후에는 모든 삶이 파괴된 피해자의 모습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선진국에서는 피해자의 동의 내지 적극적 동의 여부를 강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의 강간죄 요건과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실제 우리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에 "우리나라 형법상 강간죄가 그동안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한 저항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정됐고, 해석도 그렇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해외에서도,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에도 중요한 구성요건을 신설할 때 여러 논란이 있었다"며 "특히 입증책임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성폭력 관련법 체계 전반과 비교해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 의원은 미투 운동 확산과 함께 불거진 가해자들의 무고죄 맞고소 문제와 관련해 "무고죄에는 법무부의 통계가 없다"며 "현황파악을 안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허위, 왜곡된 통계로 인해 피해사실을 의심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들의 무고죄 맞고소로 피해자들이 수사 압박은 물론 여론에 의한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17개월 간 접수된 5651건의 강간 신고 중 0.6%만 허위에 해당했다는 영국 검찰청의 2013년 통계를 인용해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무고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돼야 논란이 되는 부분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얘기할 수 있다"고 국내 성폭력 관련 무고죄 통계 마련을 요구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법무부가 (성폭력 관련 외의 다른 무고까지 모두 포함한) 무고죄 전체의 통계를 관리하지만 무고의 내용별로는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며 "무고사범이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다. 그래서 무고를 (성폭력 관련인지 아닌지) 내용별로 분류해 통계를 잡기엔 실무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현재 매뉴얼에 따라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다 밝힌 다음에 무고 혐의가 있다면 그때 비로소 무고 수사에 착수하도록 바꿨다"며 "무고로 역고소를 당한다거나 하는 위험성이 상당히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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