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거슬리면 "죽어라" 청원…초등생들은 '자살송'까지

기사등록 2018/09/29 09:33:20

특정인 겨냥 '자살하라' '사형시켜라' 극단적 표현

"실제로 그렇게 될 리 없는데도 혐오표현 거세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살송'까지 크게 유행

"죽음이라는 콘텐츠 너무 쉽게, 자주 써서 문제"

"관련 용어 포함되면 경고 뜨는 시스템도 필요"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형', '자살' 등을 청원하는 내용이 빈번하게 올라오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살송'까지 유행하고 있어 갈수록 난무하는 극단적인 표현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몇 개월간 국민청원 게시판을 살펴보면 유명인들에 관한 '사형 청원', '자살 청원'이 자주 게시됐다. 특정 발언 등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산 경우가 주로 해당됐고, 국제 경기 등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점이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여성혐오를 일삼는 아프리카 BJ 방송을 즐겨본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사형 청원'이 올라왔었던 한 연예인의 경우 무려 4000여명의 사람들이 청원에 동의했다. 또 다른 연예인은 예능 방송에서 '꽃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형을 청원했다. 현재는 둘 다 삭제된 상태다.

 청원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본다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처음에는 '자살하라'는 내용이 극단적이고 무섭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놀랍지도 않을 만큼 자주 올라오는 것 같다"며 "실제로 그렇게 될 리 없다는 걸 알텐데 결국은 혐오 표현이 점점 거세진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학생 윤모(23)씨 역시 "뭔가를 실수하거나 잘못했다고 모두 죽어버리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고 이젠 청원까지 하는 게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행태는 성인을 넘어 아이들에게도 전파됐다. 특히 온라인 영상 등을 통해 가감없이 접하는 자극적인 표현에 아동·청소년 층이 물들기는 더욱 쉽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예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살송'이다. "대가리는 의미 없어 장식품이야", "내 차례는 끝났으니 사요나라야",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 등의 가사로 이뤄진 이 노래는 28일 기준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하며 계속 확산 중이다.

 학부모 정모(40)씨는 "아이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발랄한 노래라고 생각했다가 얼마 전에 가사를 알고 소름이 끼쳤다"며 "유튜브에서 보고 반 친구들이 다 부른다고 하는데 막을 수도 없고 난감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식적으로라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해와 관련된 것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로 자살 콘텐츠가 접하기 쉬워진 탓"이라며 "드라마 등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를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사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죽음이 빈번하게 쓰이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신 부센터장은 "청원 게시판의 경우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공간인 만큼 과도하게 제재할 순 없겠지만, 관련 용어가 들어갈 때 자동으로 경고메시지가 뜨는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whynot8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