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신약은 3상부터 각각 다른 기준 이유는

기사등록 2018/09/19 16:16:43

제약·바이오 기업, R&D 비용 회계처리 기준 마련

신약은 임상 3상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부터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와 관련, 신약의 경우 임상 3상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임상 1상부터 자산으로 처리하기로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 불확실성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마련해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했다.

지침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약과의 유사성이 검증된 임상 1상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는 신약이 아닌 만큼 정부가 오리지널약과의 유사성 검증자료를 확인하는 단계인 임상 1상 개시 이전에는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임상 1상 승인을 신청한 시점부터 개발 성공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구결과에서도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 1상 개시 이후 최종 승인율은 약 60%에 이른다. 이는 같은 단계에서 신약의 승인률 10%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업계들은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등 의약품 유형에 따라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상품화 가능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 왔다. 

다만,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할 경우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판단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반면 신약은 임상 3상부터 가능하다. 이는 신약의 경우 임상 3상이 개시되기 전에는 장기간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약의 안전성과 약효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산가치의 객관적인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수행했거나 진행중인 9985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상 1상부터 신약 승인까지 평균 성공률은 9.6%에 불과했다.

임상 단계별로는 임상 1상 통과 가능성이 63.2% 였고 임상 2상은 30.7%로 모든 임상 단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은 58.1%, 신약 승인 단계인 NDA(신약승인신청)이나 BLA (생물의약품허가)는 가장 높은 85.3% 였다.

임상 1상의 성공률이 높은 것은 약물의 효과는 평가하지 않고 안전성에 주로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반면 임상 2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 뿐 아니라 약효를 테스트 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가장 낮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상당수의 업체들이 개발단계 등으로 볼때 무형자산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과도하게 자산으로 인식해 회계처리를 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일부 기업의 경우 심지어 폐기된 연구개발비를 개발비에 포함해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본을 다시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흑자기업이 하루 아침에 적자기업으로 뒤바뀔 수도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8개사가 바이오 기업이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비용을 연구가 끝날 때까지 비용으로 처리하다 신약 승인을 받은 후 이를 자산으로 처리한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머크, 화이자, 암젠,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비용의 81%를 비용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글로벌 회계기준을 우리가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오랜 기간 주로 복제약을 생산해 왔고, 최근 들어서야 신약개발을 시작한 만큼 규모 자체가 다르다. 이들 기업들은 과거와 동일한 회계처리 방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했는데 이를 하루 아침에 적용해 바꾼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국적제약사와는 규모 자체가 다른데 갑자기 국제 회계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신약개발 의지를 꺾을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구개발비용의 자산화(무형자산) 비율은 코미팜이 97.6%로 가장 높다. 이어 코오롱티슈진(93.2%), 오스코텍(90.5%), 바이로메드(87.6%), 랩지노믹스(82.4%), 인트론바이오(77.3%), 셀트리온(74.4%), 씨젠(73.4%), 차바이오텍( 71.1%), 메디톡스(39.1%) 등 순이다. 

이들 업체들이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한 것은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셀트리온은 임상 및 전임상용 물질 생산비용 등 임상관련비용을 연구개발비용에 포함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또 이번 지침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증가해 관리종목이 될 가능성이 커진 기업 가운데 기술성이 있고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도 상장유지요건 특례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를 주로 개발하는 기업과 신라젠 등 임상 3상을 진행중인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의 경우 현재 연구개발비를 전액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나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품화가 될 때까지 오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회사인 경우 여전히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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