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강화하면서도 거래세 인하는 빠져
퇴로차단에 다주택자 "차라리 종부세 내겠다"
보유세 안내리면 강남 매물잠김 더 심해질듯
강남물량 없으면 수요 더 쏠려 강남집값 더 오를수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강화 등 고강도 세금정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거래세 인하 방안은 빠지면서 '퇴로'를 차단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강남 집주인들은 세금 부담이 커져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취등록세 등 또다른 세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어 함부로 집을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공급 부족에 의한 집값 상승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잠실의 H 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집을 내놓겠다는 사람은 없다"면서 "종부세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집을 팔자니 양도세를 내야 되고 집주인들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 지역 2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최고 3.2%로 중과하는 초강력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 종부세 인상과 더불어 거래세도 인하하는 방안이 함께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 공급 부족인 만큼 종부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면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아져 공급 부족 현상이 일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도 거래세 인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만큼 정부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집을 팔고 싶어도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집주인도 있다. 과거 오래전부터 강남에 거주하고 있던 70~80대 1주택자의 경우는 수입 자체가 없어 크게 오른 보유세를 내기 버거운 상황이지만 거래세 부담에 집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강남 서초동 D공인중개소는 "강남에 터를 잡고 살면서 집한 채만 갖고 수십년째 살아오신 어르신들은 수입도 없는데 정부가 세금을 내라고 하니 부담이 크다"면서 "집을 내놓고 싶지만 다른데 가기도 힘들고 양도세 부담도 있어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삼성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30여년전 처음 입주할때보다 35배 가량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한집에 계속 살았는데 집값이 올랐다고 갑자기 세금폭탄을 때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으로 10년전에 이사했다는 한 주민도 "이사후 매년 전세금을 1~2억씩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5년만에 각종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다"며 "처음 구입했을때보다 집값이 40% 오른 것은 인정하지만 거주 목적으로 산 똘똘한 한채에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지난 14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부동산 거래세 인하가 이번 정책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종부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라 올리는 것은 맞지만 거래세를 낮춰 전체적인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거래세를 인하하면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번 정책에 거래 관련 과세에 관한 부분은 없고 오히려 양도세를 강화하고 있어 이렇게 해서는 과연 (시장이 잡히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지방세수 감소 등의 이유로 쉽사리 취득세를 내리기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도세는 국세지만 취·등록세는 재산세와 함께 지방세수에서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특히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방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취득세를 내렸다가는 지자체의 반발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교육 등의 이유로 강남에 이사를 하려던 사람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신규 진입은 더욱 힘들어졌다. 또 강남에 나오는 물량이 없지만 수요는 더욱 쏠리면서 강남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잠실 C공인중개소는 "잠실은 종합운동장 개발 호재도 있고 잠실주공5단지 재개발도 앞두고 있어 호재가 많아 집값이 장기적으로는 더 오를 것"이라면서 "매물은 없지만 수요는 줄을 설 정도로 많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치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자녀 취학 등의 목적으로 강남에 오려던 사람들이 매물 자체가 없다보니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면서 "아예 매수를 포기하고 월세나 전세를 알아보는 학부모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km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