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입원 보도 접하고도 병원 찾아
"2015년 같으면 절대 안 왔겠지만 이번엔 안심"
"3년 전 전국 뒤집어놓은 병인데" 우려 반응도
서울대병원 곳곳에는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응급의료센터 앞에는 내원객의 감염 방지를 위해 응급센터 방문하기 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당부와 함께 메르스 의심증상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안내문도 있었다.
60대 남성이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 병원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은 전염 확산을 불안해하면서도 3년 전처럼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에 떨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놀라긴 했지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정부와 병원이 대처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2015년 같으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 절대 안 왔을 텐데, 이번엔 빠르게 격리 조치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을 것 같아서 왔습니다."
이날 오후 뇌 질환으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온 박모(68)씨는 "불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번만큼 불안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같은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치료 중이라는 사실에 걱정하면서도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A(61)씨는 쿠웨이트로 출장을 갔다가 귀국한 직후인 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메르스 의심환자로 질병관리본부(질본)에 신고됐다. 국가지정격리 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기입원 중인 남편의 보호자로 병원을 찾은 이모(65)씨는 "3년 전 일이 생각나긴 했지만 아직까진 큰 걱정이 되진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반면 이씨의 남편은 "무서운 병인데 왜 걱정이 안 되겠냐. 3년 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뒤집어놓은 병 아니냐"고 우려했다.
수술차 입원한 유승연(40)씨는 "뉴스를 보고 사람들끼리 이야기했는데, 격리병상에 있고 일반인과 접촉할 일이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가 됐다고들 한다. 간병인도 환자에게 이렇게 말해준다"며 "다만 면회를 오겠다는 사람에게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으니 나중에 와달라'고 하는 환자도 있더라"고 전했다.
유씨는 "2015년 이후 대응 방법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며 "어지간한 사람이면 알아서 잘 행동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병실에 텔레비전이 설치 되지 않은 6인실에 입원한 탓에 메르스 발병 소식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일부 환자들은 당혹감을 보이기도 했다.
질본과 서울시가 A씨 입국 이후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조사한 결과 밀접접촉자는 비행기 승무원, 리무진 택시기사, 의료진, 부인 등 2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해당 지역 보건소에 의해 자택에 격리됐다. 보건소는 최대 잠복기인 접촉 후 14일까지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리한다.
일상접촉자 440명은 잠복기 14일 동안 관할 자치구 보건소로부터 정기적(5회)으로 유선·문자로 연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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