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박한철 전 헌재소장 비판 기사 대필
언론사 보도 이후 구독료 예산 확대 지시해
"기름값 아껴서 구독 예산 편성" 검찰 진술
2016년 7000만원→2017년 1억3000만원대
전국 법원의 신문 구독료 총 예산보다 월등
검찰, 국고손실죄 가능성 두고 관련 수사중
양승태 행정처는 당초 계획에 없던 신문 구독료를 수개월에 걸쳐 나눠 마련했고, 실제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를 수사 중인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박 전 헌재소장 비난 기사를 보도한 대가로 이 언론사 구독료를 늘려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국고 손실죄에 해당되는지 등을 법률검토하고 있다.
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6년 3월말 '○○신문 구독 확대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 문건은 당시 법원행정처 예산담당심의관이 작성한 것으로 당초 계획에 없던 ○○신문 구독 확대를 위해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을 작성한 행정처 예산담당자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상부에서 갑자기 ○○신문 구독을 확대하라고 구두 지시를 내려서 실행 방안을 문서로 작성해 보고한 것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이 작성되고 몇 달 뒤 법원행정처는 실제 ○○신문 구독료 명목으로 예산 7000만원 가량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기름값 부담이 줄면서 남게 된 예산을 신문 구독료 확대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행정처가 ○○신문 한 곳에 7000만원의 구독료를 지불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그해 상반기 전국 법원의 신문 구독료 예산이 통틀어 2600만원 수준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다음해인 2017년에도 이 언론사에 두 번에 걸쳐 구독료 명목으로 1억3000만원대의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같은 해 3월22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신문 기사 초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었다. 이 문건엔 박 전 소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법조인들 반응을 기사체 형식으로 작성한 글이 담겨있다. 박 전 소장이 이 문건 작성 나흘 전 열린 한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의 헌재재판관 지명 제도를 지적하자 이를 반박하는 형식의 글을 기사체로 만든 것이었다.
문건은 박 전 소장의 당시 발언을 두고 마치 법조계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처럼 묘사했다. 특히 문건엔 한 익명의 취재원이 박 전 소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처럼 기술했지만 실은 모두 법원행정처가 꾸며낸 가공의 인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필 기사가 언론사에 건네졌고, 며칠 뒤 별다른 수정 없이 지면 기사로 보도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기사는 이 언론사 소속 기자 이름으로 나갔지만, 당사자는 그런 기사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대필 기사 작성과 언론사 구독료 예산 증액 모두 당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지시가 내려진 시점에 주목, 대법원 예산이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자의적으로 유용된 것으로 보고 국고손실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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