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소득주도성장…출산주도성장 제안"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아"
김성태 "靑스피커"vs 문희상 "정치생명 걸겠다" 설전도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을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 '우리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 등으로 표현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강조하고 북한산 석탄 밀반의 의혹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동시 추진도 제안했다. 연설 말미엔 문희상 국회의장을 "청와대 스피커"라고 비판, 회의장 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사람 잡는 소득주도성장…출산주도성장 제안"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가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 '우리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 등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사람중심 경제를 표방하지만 사람 잡는 경제가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나라 경제를 끝판으로 내모는 '소득주도성장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온 혼란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Moonwalking)처럼 한국 경제가 미끄러지듯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중독성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권은 내년도에 슈퍼 매머드급 일자리 예산을 쏟아 붓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우리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다. 베네수엘라는 나라 전체가 대중인기영합주의로 흥청망청 대다가 결국 국가 파산을 당했음에도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통계청장 교체 문제도 꺼내들어 "소득주도성장 사수를 위해 분식 통계까지 꿈꾸나. 통계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며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했다. 그는 "과감한 정책전환으로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프랑스 마크롱 정부처럼 현재의 공무원 인력구조를 대대적으로 전면 개혁해야 하고 이런 재정을 저출산 극복에 투입할 경우 충분히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아"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이 요구하는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요구에 대해선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환상에 들뜬 감성적 접근 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따져 봐야한다. 이 정권의 행태는 북핵 폐기라는 본질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이 종전선언 운운하며 북핵 이슈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 폐기 철벽 공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산 석탄 반입논란에 대한 진산규명을 위해 국정조사 추진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산 석탄 반입이 없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 외교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며 "정부가 오래전부터 북한산 석탄을 인지하고 수차례 청와대 대책회의까지 한 사실들이 밝혀졌지만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드루킹 2라운드 시작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이다. 특히 댓글 여론조작이 지난해 조기 대선에 집중적으로 자행됐다는 것"이라며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추진을 주장했다.
◇"개헌·선거구제 개편 동시 추진해야"
김 원내대표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동시추진도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이 독주하고 정부·여당이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정치는 정파를 넘어 대한민국의 비극을 초래해왔다"며 ""저는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극복하고 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을 제안했고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선거구제와 권력기관 개편을 함께 추진해나갈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제1야당이 먼저 정신 차리겠다.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기하고 대기업 고용세습을 원천봉쇄하는 강력한 법안도 추진하겠다"며 "정책 실력으로 압도하는 대안정당임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산분리 완화안이 여당 내부 분열로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집권여당 스스로 경제 발목을 잡는 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여야 상설 협의체와 별도로 각 당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붉은 깃발 뽑기 비상경제협치회의' 가동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성태 "靑 스피커냐" vs 문희상 "정치생명 걸겠다" 설전
김 원내대표가 연설 말미에 지난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개원연설을 두고 "청와대 스피커"라고 비판하면서 본회의장 내 여당 의원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문 의장은 이에 발끈하며 "정치생명을 몽땅 걸겠다"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국회의장의 개원연설에 대해 "입법부 수장께서 블루하우스(청와대) 스피커를 자처하시느냐. 한 나라의 입법부 수장으로 품격과 균형감을 상실한, 대단히 부적절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무리 여당출신 의장이라 하더라도 국회 본연의 책무인 행정부 감시는 소홀히 하느냐"며 "견제와 균형에 있다는 의장의 책무를 잊지 말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문 의장을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무슨 소리냐, 그만하라" "사과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반발했다. 책상을 치며 항의하는 의원도 있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잘했다" "자중합시다"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굳은 표정으로 김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문 의장은 산회 직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따끔한 충고 잘 들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제 정치인생 동안 스스로 국회가 국회다워야 한다는 의회주의자다. 의장 임기 동안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그런 일이 있다면 제 정치생명을 몽땅 다 걸겠다"며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의 산회 직전 발언에 대해 묻자 "그러려면 그렇게 안해야 한다. 의장이 모욕당해선 결코 안 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의장은 정권의 눈치나 정권의 스피커가 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jabiu@newsis.com
yoon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