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취약계층 취업·재능개발 선도"…망분리PC 기업 컴트리 이숙영 대표

기사등록 2018/09/06 13:58:54 최종수정 2018/09/06 14:01:48

2004년 망분리 PC 독자기술 확보

24명 직원 중 취약계층만 70%

2015년엔 사회적기업 인증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이숙영 컴트리 대표가 3일 서울 금천구 컴트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9.05.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2020년 10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품질이나 기술에 투자해 왔고 사회적 공헌 측면에서도 꾸준히 이뤄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비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더욱 노력할 수 있죠."

 지난 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컴트리 본사에서 만난 이숙영 대표는 컴트리의 향후 계획과 목표를 묻는 질문에 '매출 1000억원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컴트리는 '망분리 PC'를 전문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망분리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망분리란 내외부망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망 분리가 적용된 PC는 내부망과 외부망을 나눌 수 있어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 등 보안이 중요한 자료를 다루는 곳에서 주로 사용된다. 최근 공공기관 등에서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는 만큼 망분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업주부였던 이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건 1999년. 조립 PC 유통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실 이 대표는 컴퓨터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그런 탓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외환위기 때 남편이 직장을 잃자 당장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1999년 1월까지는 전업주부였어요.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겪고 생계형 창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죠. 수중에 있던 현찰 200만원을 가지고 창업을 했어요. 남편 지인이 PC 조립에 대한 지식을 알려줘서 공부에 매진했어요."
 
 이 대표는 생소한 분야인 PC 조립에 대해 공부하며 창업에 나섰다. 당장 수익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지만 하루에 2~3시간씩 자며 몰입한 끝에 꽤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조립PC의 한계는 뚜렷했다.

 "유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당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조립이 아닌 직접 PC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대표는 2010년 PC 제조를 시작했고 2012년에는 조달 시장에 진출에 성공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이른바 '가성비' 덕분이었다. 우수한 품질 경쟁력으로 컴트리는 치열한 조달 시장 경쟁을 뚫을 수 있었다. 조달시장 진출에 성공한 이후 컴트리는 독자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기술이전을 받았어요. 당시 내외부망을 콘트롤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기술을 확보했는데 수익으로 이어지진 못했어요. 하지만 컴트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데 베이스가 된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이숙영 컴트리 대표가 3일 서울 금천구 컴트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05.kkssmm99@newsis.com
기술 확보에 꾸준히 투자한 컴트리는 2014년 망분리 듀얼 PC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보안 이슈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 때라 컴트리의 기술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후 탄탄한 수익 구조가 갖춰졌다.

 망분리 PC 기술을 통해  2014년에는 매출 66억원을 넘겼고, 지난해 실제 매출로 100억원이 넘었다. 올해 목표는 150억원이다.

 컴트리의 또 다른 정체성은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24명 가운데 70% 가량이 장애인이나 재취업하는 이들이다. 취약계층에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소신이다.

 "저희 같은 기업이 그런 이들을 챙기지 않으면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많이 위축돼 있고 눈치보던 직원들이 이제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할 때 뿌듯하죠."

 이 대표는 장애인들의 재능 계발도 눈여겨보고 있다.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생산라인 외에도 사무분야, 경영지원분야에도 이들을 투입했다. 경력을 쌓으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자는 목표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장애인들이 단순히 몸 쓰는 일인 생산라인으로 많이 들어오거든요. 사실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죠. 한 직원이 자기소개서에 소프트웨어를 잘 다룬다고 쓴 걸 보고 경영지원분야로 겸직발령을 내봤어요. 15년간 생산라인에만 있던 한 여직원에게는 엑셀을 가르쳐줬더니 이제 기술 상담까지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잘하는 데다 본인을 믿어준다고 생각하니 성과가 더 나더라고요."

 이 같은 노력으로 컴트리는 2015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컴트리는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인증, 가족친화인증,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 등을 보유했다.

 "대표로서 취약계층을 채용만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의 재능계발을 통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이들을 승진도 시켜주고 급여도 올려주고 그런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사회적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장애인들을 채용하고 업무역량을 개선시키는 데 신경쓸 겁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타이틀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서울지회 이사다. 여경협 일을 적극적으로 맡게 된 건 여성 기업인으로서 겪었던 어려움 때문이다.

 "제가 체질상 술을 전혀 못해요. IT 쪽은 술자리도 많은데 참여가 어려우니 애로사항이 크죠. 또 불리한 상황이 생기면 여성의 여성성을 가지고 물고늘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다른 여성 대표들도 아마 비슷한 답을 할 거예요."

 본인이 맨땅에 헤딩하듯 일궈온 경험을 후배들에게는 직접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 대표가 여경협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서울지회 총무까지 맡게 된 이유다.

 "여경협을 직접 찾아서 가입을 했어요. 가봤더니 후배들이 예전에 제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더라고요. 봉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가진 걸 조금이라도 말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여성 대표가 가진 장점도 분명하거든요. 실수가 적고 관리하는 데도 꼼꼼함이 발휘돼요. 엄마같이 누나같이 직원들을 돌본 것도 저에게는 힘이 됐어요. 이런 여성 대표만의 장점을 살리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

 열일 제쳐두고 여경협 일에 나선 덕에 성과도 많았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서울센터는 이 대표가 첫 머리에 꼽는 성과다. 마포에 마련한 사무실에 여성기업인들의 창원을 위한 지원센터를 만든 것. 이곳에서는 창업 3년 미만의 여성 기업인이나 예비 창업자들에 9평의 공간을 마련해준다. 작은 공간이지만 여성기업인 간 네트워킹, 전문가 컨설팅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서울센터 오픈은 정말 자랑거리예요. 이곳에서 신참내기 여성기업인들의 인큐베이팅도 도와주는 등 지원을 하고 있죠. 정말 열심히 뛰면서 성과를 냈어요. 뿌듯합니다."

 컴트리는 이제 망분리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뿌리를 내린 기업이 됐다. 이제 공공기관에서 먼저 연락이 올 정도다. 망분리 PC라는 독자적 기술을 확보한 데다 사회적기업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눈여겨본 이들이 있는 덕분이다.

 "임직원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어요. 그동안 해놓은 것들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뛰고 제품 개발도 끊임없이 할 생각입니다. 수익창출과 사회적 가치 두 가지 모두 꾸준히 집중할 예정입니다."

 h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