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용선에서는 남북 단일팀의 첫 메달이 나왔다. 여자 카누용선 단일팀은 8월25일 200m 결승에서 56초851의 기록으로 중국(56초161), 인도네시아(56초817)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국제종합대회(올림픽·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의 사상 첫 메달 획득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여자 아이스하키로 손을 맞잡았지만, 입상에는 실패했다.
한국 변은정(20·구리시청) 최유슬(19·구리시청) 김현희(26·부여군청) 조민지(21·전남도청) 이예린(19·한국체대) 장현정(20·한국체대) 강초희(19·속초시청)와 북한 정예성 허수정 차은영 차은경 현재찬은 단일팀 첫 메달리스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들은 하루 뒤 용선 500m 결선에서 금메달 획득이라는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시상식장에는 한반도기가 내걸렸고,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당시 국내 농구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온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은 9명의 한국 선수들과 함께 여자농구 단일팀의 일원으로 이번 대회를 소화했다. 특히 로숙영은 과감한 돌파와 정확한 슛으로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단일팀은 카누 용선 남자 1000m 동메달을 포함해 총 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 메달은 한국과 북한이 아닌 제3국인 '코리아(Unified Korea)'로 집계됐다.
여자 허들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의 레이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혜림의 질주는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여자 사이클의 나아름(28·상주시청)과 이주미(29·국민체육진흥공단)는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다. 도로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104.4㎞에서 두 선수는 환상적인 호흡을 뽐냈다.
나아름은 언니 이주미가 경쟁자들을 견제해 준 덕분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나아름은 경기가 끝난 뒤 이주미에게 다가가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남자 축구대표팀은 예선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패배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패배는 결과적으로 보약이 됐다.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을 차례로 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은 병역 혜택을 받아 앞으로도 유럽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대회 시작 전부터 선수단 구성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야구 대표팀은 대만과의 1차전 패배로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온라인상에는 ‘은메달을 기원한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면 안 된다’는 비난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절치부심한 야구 대표팀은 남은 경기 전승으로 실수를 만회했다. 갖은 비난에 잔뜩 움츠렸던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되자 그제야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을 빈손으로 마친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40년 만이다. 이용대(30·요넥스), 유연성(32·수원시청), 김하나(29·삼성전기) 등이 줄줄이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세대교체를 진행했으나 아직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인 여자 양궁은 처음으로 개인전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2관왕에 빛나는 장혜진(31·LH)이 8강에서 탈락했고, 강채영(22·경희대)은 4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여자 양궁이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은메달조차 따지 못한 것은 양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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