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축구·야구, 나란히 일본 상대 결승전에서 승리
여자농구 단일팀은 값진 은메달, 남자는 동메달 그쳐
배구에서는 남자가 은메달, 여자 동메달
2연패에 도전장을 던진 남자축구와 3연패 달성의 꿈을 품은 야구는 '참사'라는 단어가 붙을만큼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남자축구는 '반둥 참사'를 겪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8월17일 말레이시아와의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1위인 말레이시아는 당초 FIFA 57위인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앞서 상대전적에서 7승1무1패로 앞서 있던 U-23 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 진 것은 2010년 평가전 이후 8년 만이다. 친선경기였기 때문에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공식 대회를 따지면 이번 대회에서 당한 패배가 사실상 첫 패배였다. 성인 대표팀의 경우도 1985년 월드컵 예선 이후 33년 동안 말레이시아에 패한 적이 없어 한층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머지 조별리그 경기에서 바레인을 6-0, 키르키스스탄을 3-1로 꺾고 2승1패를 기록한 남자축구는 E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나섰으나 말레이시아전 패배 여파로 험난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16강에서 숙적 이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만나게 됐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반둥 참사'를 목도하면서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조별예선 첫 판에서 타선의 침묵 속에 1-2로 석패했다.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에 패한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대만전 패배가 '자카르타 참사'로까지 불린 이유는 대만 대표팀이 자국 프로야구가 아닌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었기 때문이다. KBO리그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대표팀의 대만전 패배는 한층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야구대표팀은 남은 조별예선 경기에서 몇 수 아래로 여겨지는 인도네시아와 홍콩을 각각 15-0, 21-3으로 꺾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러나 예선 전적이 반영되는 대회 규정에 따라 1패를 안은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패하면 그대로 결승 진출이 좌절될 위기였다.
남자축구는 '반둥 참사'를 딛고 일어섰다. 16강에서 숙적 이란을 2-0으로 꺾고 반전의 계기를 만든 남자축구는 우즈베키스탄에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준결승에서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만나 3-1 승리를 거뒀다. '박항서 매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하며 파란을 일으킨 베트남의 기세를 꺾었다.
야구대표팀은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을 5-1로 격파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최원태(넥센 히어로즈)가 조기 강판되는 악재 속에 이용찬(두산 베어스)과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함덕주(두산) 등 투수진이 호투했다. 김하성 박병호(이상 넥센 히어로즈)가 홈런을 터뜨리며 막혀있던 타선의 혈을 뚫었다.
야구대표팀은 중국과의 슈퍼라운드 2차전마저 10-1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남자 축구와 야구는 같은 날 나란히 일본과 결승에서 격돌했다. 남자축구는 연장 전반에 터진 이승우, 황희찬의 골에 힘입어 혈투 끝에 일본을 2-1로 격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맥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이번 대회에서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등극, 논란을 지웠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는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도 3골을 몰아쳤다. 역대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통틀어 단일 국제대회에서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황의조가 처음이다.
야구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좌완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호투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의 쐐기포에 힘입어 3-0으로 이겼다. 박병호는 4경기 연속 홈런을 뿜어내며 대표팀 4번 타자의 위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양현종은 6이닝 1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쳐 대만전 패전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6경기 내내 대표팀 리드오프를 맡아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7타점 6득점으로 맹활약한 이정후(넥센)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아버지 이종범 대표팀 코치와 부자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첫 결승 진출을 노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또다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한 여자축구는 8강에서 홍콩을 5-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린 여자축구는 대만을 4-0으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동메달이다.
농구와 배구에서는 남녀 희비가 다소 엇갈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을 일궜던 한국 농구는 여자농구에서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은메달을 수확한 반면 대표 선발 논란에 휩싸였던 남자 농구는 아쉬운 동메달에 머물렀다.
남북 단일팀을 이뤄 커다란 관심을 갖고 출발한 여자농구는 결승까지 진출, 아시아 최강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65-71로 분패해 은메달을 땄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남측 선수 9명에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 등 북측 선수 3명을 포함해 단일팀을 꾸렸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다소 짧았던 단일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만에 연장 끝에 85-87로 패배하는 충격을 맛봤다. 그러나 나머지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이겨 조 2위로 8강에 나선 여자농구 단일팀은 8강에서 태국을 완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활약하는 박지수가 합류한 뒤 치른 준결승에서는 대만을 89-66으로 완파하고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결승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과 맞붙은 단일팀은 장신숲인 중국을 상대로 고군분투했다. 객관전인 전력상 우위인 중국에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잘 싸웠다'는 말이 어울렸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남북 단일팀이 국제종합대회 구기종목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반면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동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A조 1위로 8강에 진출한 남자농구는 8강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가드 조던 클락슨이 버틴 필리핀을 91-82로 꺾으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난적 이란을 만나 68-80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허 감독이 두 아들 허웅, 허훈을 모두 대표팀에 선발해 대회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는데 준결승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는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남자농구는 대만과 맞붙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89-81로 이겨 메달을 수확했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4강전에서 대만을 만난 남자배구는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해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를 밟았다. 남자배구는 이란과의 결승에서 패배해 은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한 여자배구대표팀은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배구 여제' 김연경을 앞세워 조별리그에서 4승1패를 기록해 8강 무대를 밟았고, 인도네시아를 손쉽게 꺾으며 4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 태국의 벽을 넘지 못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일본을 꺾고 메달을 따냈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여자핸드볼대표팀은 아시안게임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1990 베이징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통산 7번째 금메달이다. 조별예선에서 4전 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라 태국을 완파한 여자핸드볼은 결승에서 중국을 29-23으로 꺾고 2연패를 달성, 아시아 최강의 면모를 뽐냈다.
조영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핸드볼대표팀은 동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배드민턴은 '자카르타 참사'를 겪었다. 남녀 단·복식, 혼합복식 뿐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에서 한 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한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jinxij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