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실패를 중개업소 탓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발언도 집값 올려"
전국의 공인중개사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못 살겠다'며 집회를 벌이던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근처 A공인중개사 김양수(가명)대표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집단반발에 나선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정부가 솜방망이 수준인 보유세 개편안을 내놓은 데 이어 박원순 서울 시장이 '싱가포르 구상'과 '삼양동 옥탑방 체험'으로 집값에 기름을 붓는 등 문정부와 박시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헛발질을 하고서는 정작 업계를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돌파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토교통부 청사 앞으로 몰려간 동료들을 향한 '동병상련'의 안타까움도 피력했다. 작년 6~7월 부동산 중개사들을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하며 정부가 펼친 대대적 단속을 피해 자신도 한달 동안 사무실 문을 닫아야 했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당시 세무조사까지 받았다"면서 "(나 또한) 생계가 막막했다"고 털어놓았다.
집회에 참가한 동료들이 삭발식을 했다는 소식에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던 김 대표는 "해도 너무한다"며 정부단속의 실상도 고발했다. 그는 "서류 기재를 잘못한 거 갖고도 행정처분을 내린다"며 "차라리 면허 없이 시장을 교란하는 걸 집중 단속해야지 괜히 애먼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단속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사소한 실수까지 들춰내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문제의 핵심은 공급 부족인데 공급을 다 막아놨으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개포주공1단지가 5000 세대인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해서 팔 수 있는 매물을 0.5%로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수요를 옥죄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실기를 하고도 중개업자 탓을 한다는 얘기다. 그는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돼야 하는데 정부가 계속 틀어막아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을 잡을 방법이 없으니까 합동 단속으로 구실을 만드는 것 같은데 그냥 '쇼'하는 거라고 본다"며 "부동산 불법거래를 잡으려면 현장에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굳이 단속을 다니면서 중개업소 문만 닫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이 작은 서류기재 오류까지 들춰낼까봐 두려워 아예 문을 닫고 소낙비를 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의 이상 과열 현상에 대해서도 "100% 규제의 부작용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격이 어느 정도 고점에 올라가면 매수자가 안 따라오면서 시장에서 알아서 조정될 텐데 규제 때문에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다보니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면서 매매가 상승세도 주춤할텐데 정부가 굳이 개입해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C공인중개사 정수진(가명)대표는 "다 박원순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의도 집값이 오른 건 박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서 그런 건데 중개사 탓을 하는 건 너무하다"며 "단속한다고 가격이 내리는 건 아닌데 중개업자만 덜덜 떨게 만든다"고 지적했다.이어 "여의도는 2개월 이상 거래가 뜸한데 앞으로 시장이 안정되려면 3~4개월은 더 걸릴 테니 중개업소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심지어 단속 나온다고 하면 문까지 닫아버리니까 타격이 커서 불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소상공인들이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불복종'을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연 데이어,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부동산 정책방향 전환 촉구 및 부동산중개사무소 무차별 단속 중단 궐기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중개업계에 전가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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