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주러시아대사관저 680억원에 매입 추진

기사등록 2018/08/30 12:58:21

기재부 수년간 반대하다 올해 입장 바꿔

비용부담에 年 120억씩 5년간 분납 결정

"부동산 가격 조정기…가격 오를 수도"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정부가 680여억원을 들여 주러시아대사관저로 쓸 건물을 매입하기로 했다. 현재 임대해 사용 중인 관저가 지어진 지 110년이 넘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는 데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이 사업은 국회 사무총장 출신의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취임 후 본격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러시아대사관저, 주광저우총영사관 관저 부지, 주케냐대사관, 주히로시마총영사관 등 모두 4개 재외공관의 관련 건물 또는 부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책정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대사관 건물이나 대사관저 건물이 낡아 외교활동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며 "임대비용은 그냥 예산을 소비하는 거지만, 매입은 국유재산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의 성격도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매입 규모가 가장 큰 재외공관은 주러시아대사관저다. 3000㎡ 부지에 연면적 2400㎡로 지어진 3층 규모의 건물로, 총 매입비용은 680여억원이다. 현재 사용 중인 주러시아대사관저는 1904년에 준공돼 귀족이 사용하던 건물을 임대한 것으로, 2000㎡ 부지에 연면적 1000㎡ 규모다.

  외교당국은 기존의 대사관저 건물이 오래돼 개·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공간 또한 협소해 외교행사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매입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특정 건물을 지정해 매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관련 부처에서는 예산이 과도하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수년간 반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러시아대사관저 매입 사업은 국회 사무총장 출신인 우 대사가 부임한 이후 본격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사는 지난해 11월 부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대사관이나 대사관저는 '국력의 상징'이라고 강조하며 녹물이 흐르는 대사관저를 개선하지 않은 이전 정부가 "러시아를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주러시아미국대사관저를 '왕궁'이라고 평가하며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대사관저 매입 검토가 본격 시작되자 관련 부처와 국회 상임위를 중심으로 '상식'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여권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예산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003년 신축한 주러시아대사관의 경우 약 300억원가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주러시아대사관저 매입비용을 향후 5년간 분납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안에 120억원을 책정했다. 재정 지출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모스크바 부동산 가격이 현재 매우 비싸긴 하지만 조정기에 있는 만큼 향후 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이 매입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jiki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