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인 강북 개발해 생활환경 개선해야
개발하면 집값 오르는 건 당연, 강남에 비해 상승폭 낮아
28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A공인중개소. 이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며칠 새 달라진 분위기에 '속앓이'를 하는 현지 주민들의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골자로 한 싱가포르 구상을 전면 보류하자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따가운 여론 탓에 대놓고 불만을 토로할 수 없지만, 강북이 언제까지 개발 소외지대로 남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호소다.
강북구 길음2주택재개발 지역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소 대표는 언론을 탓했다. 그는 "개발을 하면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면서 "강남 지역에만 집중됐던 개발호재가 이제야 강북에도 생긴 건데 언론에서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걸고 강북 경전철 계획 등을 추진하던 박시장 구상에도 지지의사를 피력했다.
강북 주민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데는 정부의 중개업소 집중단속, 박원순 시장의 개발계획 철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박시장 변수가 컸다. 강북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건 박 시장이 한달 간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생활을 끝내며 '강북 우선투자전략'을 발표한 19일 이후부터다. 경전철 사업 재추진, 공공기관 강북 이전 등이 개발계획에 담기자 강북은 들썩였다. B공인중개소는 "6개월 전만해도 송천센트레빌 32평짜리가 7억원이었는데 갑자기 8억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KB부동산에서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72% 상승했다. 특히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제외한 강북권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강북(0.87%), 노원(0.60%), 도봉(0.59%), 동대문(0.96%), 성북(0.60%), 은평(0.73%), 종로(0.93%), 중랑(0.60%)은 전주 대비 0.5%를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개발 계획을 보류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종로·동대문·동작·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강남·북 균형발전의 기치를 들고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해온 개발 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박시장의 개발계획은 시동도 걸지 못한 채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상대적인 박탈감도 호소한다. 광역급행철도(GTX)호재로 들썩여온 은평구에 사는 주민 김명수(가명)씨도 "강남은 5년 전 34평 분양가 12억원 했던 곳에 지금 입주하면 24억원을 들여야 한다"며 "은평 뉴타운에 사는데 여긴 10년 전에 비해 10~20% 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길음 뉴타운, 미아 뉴타운 등을 강남처럼 만들겠다고 개발했는데도 강남이 2~3배 오른 것에 비해 별로 오르지 않았다"며 "한강변을 따라 있는 마포·용산·성동구가 개발 수혜를 입겠지만 그 외 지역은 여전히 소외됐다"고 강조했다.
강북구 미아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강남 아파트도 새 거라서 집값이 비싼 건 아니고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10억 넘는다"며 "강북 개발이 금방 진행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발전이 필요한 곳인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강북구 길음2주택재개발 지역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소 대표 역시 "그동안 강남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가 알게 모르게 투자를 많이 했지 않느냐"면서 "구시가지인 강북을 제대로 개발하면 기존에 살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쾌적한 생활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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