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오딧세이]'비트코인 ETF', 美당국 퇴짜...험난한 제도권 진입

기사등록 2018/08/26 07:28:41

美 증권거래위원회, 비트코인 ETF 신청 승인 잇따라 거부

비트코인 ETF 관심 늘어나는 이유는...기관·개인 투자 유도

SEC "재심사 하겠다"고 했지만...승인 어려울 듯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잇따라 거부하면서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선물거래와 연동해 설계된 ETF가 퇴짜를 맞으면서 당분간 미국 당국의 승인은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세계 양대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 시장을 개장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의 폭넓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선물거래에 기초한 ETF가 막히면서 제도권 내 정착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SEC는 지난 22일(현지시간)는 자산운용사인 프로셰어즈(ProShares), 디렉션에셋매니지먼트(Direxion Asset Management), 그래나이트셰어즈(GraniteShares) 등이 거래소와 함께 신청한 9건의 ETF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ETF는 주가지수와 같은 기초자산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등락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지만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과거 증권당국은 비트코인 ETF에 대해 기초자산을 비트코인이 아닌 규제를 직접 받는 파생상품으로 둘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비트코인 선물거래와 연동해 설계했지만 SEC는 선물 시장 거래량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SEC는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가 여전히 시세 조작이나 사기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EC는 홈페이지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 시장이 대규모 시장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또 사기와 시장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지 거래소 규정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SEC는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창업자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형제가 신청한 ETF 승인을 거절했다. 또 이달 초에는 투자관리회사 반에크와 암호화폐 스타트업 솔리스X가 함께 만든 비트코인 ETF에 대한 승인을 9월 30일까지로 연기했다.

◇비트코인 ETF 관심 늘어나는 이유는...기관·개인 투자 유도

 비트코인 ETF의 출발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윙클보스 형제는 2013년 SEC에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TF를 승인해달라고 신청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전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인 결과로 얻은 합의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합의금 6500만 달러를 기반으로 투자를 시작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투자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당시 100달러 정도로,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치가 최대 13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이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했다. 이들은 거래소를 기반으로 비트코인이 주식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ETF 상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최근 윙클보스 형제는 '암호화폐 전도사'를 자처하며 자신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이들이 추진하는 비트코인 ETF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큰 손'들이 ETF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암호화폐 시장을 더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ETF는 소액으로 다양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으며,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금융상품이다.

 또 ETF는 기초자산을 추종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 이에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에게 모두 매력적인 금융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를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 안전하다는 점도 상장 추진 배경이다. 투자가 간편해져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업계는 ETF와 암호화폐의 만남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도권 진입을 통해 그동안 지적받은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인식도 개선할 수 있으며, 식어버린 관심을 폭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이다.

◇SEC "재심사 하겠다"고 했지만...승인 어려울 듯

 SEC는 9건의 ETF를 거부한 하루 뒤인 23일(현지시간) 비트코인 ETF에 대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SEC 위원들이 비트코인 ETF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검토가 승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9건의 ETF 승인을 두고 찬성한 SEC 위원은 네 명 가운데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비트코인 ETF 승인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SEC는 그동안 단 한 건의 ETF도 승인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는 사실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시세 조작을 의심하는 증권당국의 생각을 돌릴 획기적인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ETF 승인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paper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