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윗선' 진술 확보한 검찰…'지시자' 수사 속도

기사등록 2018/08/20 15:49:04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 상대 압수수색

헌법재판관 평의 내용 빼돌린 정황도 포착

전·현직 대법관 다수도 의혹에 이름 등장해

양승태 직접 법관 해외 파견 요청한 정황도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는 20일 오전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18.08.2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검찰이 '양승태 행정처'가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을 빼돌린 정황을 추가로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사법 농단 사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압수수색 대상에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포함되는 등 실무 담당 판사 다수를 조사한 검찰 칼끝이 '지시자'로 옮겨가고 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는 이날 오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주거지와 사무실, 최모 전 헌재 파견 판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인 이 전 상임위원은 당시 행정처에 근무했던 심의관들에게 의혹 문건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 판사로부터 헌법재판관 평의 내용 등을 보고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이 전 상임위원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후 2만4000여 공용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모 부장판사를 비롯해 복수 판사들을 조사하면서 '이 전 상임위원 지시로 문건을 삭제했다'는 취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벽에 부딪혔던 수사가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돌파구를 찾은 모양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이 전 상임위원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후 전·현직 대법관 등 또다른 '지시자'로 의심 받는 이들에 대한 검찰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사건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뿐만 아니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양승태 행정처' 수장들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차 전 처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진행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사건 처리 방향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박 전 처장의 경우 이 전 상임위원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잘 챙겨보라는 취지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문건이 작성된 후 박 전 처장에게 보고됐다는 것이 법원 자체 조사 결과다.

 고 전 처장 역시 인사모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부산 스폰서' 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아울러 현직인 권순일 대법관도 통상임금 공개변론을 앞두고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2014년 초부터 윤 전 외교부장관에게 법관 해외 파견 자리 확보를 요청한 정황이 담긴 문건과 진술을 확보하기도 한 상태다. 검찰은 강제 징용 피해자 소송 사건 처리 지연이 해외 파견 요청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범위가 넓어 실무 담당 판사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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