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부와 생활수준의 세습 용납못해"…삼양동 주민 환호

기사등록 2018/08/19 16:39:19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강북 '옥탑방살이' 한 달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에서 주민에게 액자를 선물받고 있다. 2018.08.1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는 행사를 열었고 행사장은 주민의 환호로 뒤덮였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삼양동에서 세상을 보다' 행사에서 강북 우선투자전략을 발표했다.

 방청객이 당초 150명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주민 수백명이 밀려들면서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강북구, 박원순' '삼양동, 박원순'이 간간이 연호됐다.

 삼양동 동장은 한달간의 옥탑방 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박 시장에게 "금년에 열대야가 심했는데 악조건 속에 고생이 많으셨다"며 "삼양동 주민들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양동 주민들은 박 시장에게 삼양동 주민증과 멋글씨가 새겨진 고무신, 박 시장이 찍힌 사진을 모은 앨범, 한지공계작품 등을 선물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강북 '옥탑방살이' 한 달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에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2018.08.19. park7691@newsis.com
박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정치는 고통 받는 국민에게 가서 공감하고 경청하고 답을 찾는 것이다. 삶의 변화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정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 시민 삶의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삼양동에 왔다. 111년 만에 폭염이 내려쏘이는 날에 옥탑방에 들어갔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쇼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한달 살아보라고 할까"라며 "제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올랐다. '정치인 모두 1년에 한번씩 이런 쇼라도 했으면 좋겠다' '매일하면 쇼가 생활이 된다' '쇼라도 하라, 당신들은 뭔 배짱이냐'는 글이 올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강남북 격차 해소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그는 "강남북 재산 격차가 이렇게 크다. 심지어는 건강격차도 심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수가 많게는 8배 차이가 난다. 서울대에 들어가는 학생 수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며 "부와 생활수준이 이렇게 세습되는 것을 저는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부모님은 시골 초등학교 문턱도 못 가본 농부였다. 그럼에도 저는 시장이 됐다"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강북 '옥탑방살이' 한 달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에서 주민에게 켈리그라피 고무신을 선물받고 있다. 2018.08.19. park7691@newsis.com
박 시장은 또 "1970년대부터 강남만 집중 개발했다. 강남의 상업지역을 확대하고 명문학교를 강남으로 이전시켰다. 이렇게 수십년 계속하고 강북에서는 개발을 억제했다. 그 결과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며 "오늘 발표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할까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과 강북의 꿈은 다르다. 강남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강북이 가진 매력과 훌륭한 시민을 더욱 지지하고 북돋워 강남과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그러면 강북은 강남이 부럽지 않은 매력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잔혹한 각자도생의 세상을 끝내겠다. 바로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불평등의 사회를 바꾸겠다. 삼양동의 변화로 시작해서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며 "저는 앞으로 50년 후 미래세대에게도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갑자기 와서 솔샘시장을 어슬렁거려도 놀라지 말라"는 말로 이날 발표를 마쳤고 주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박 시장의 옥탑방 생활을 평가한 강북구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지난 선거 때 박 시장님이 와서 유세를 하는데 당선되면 강북구에서 한달 살겠습니다라고 하시더라. 약속 치고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했는데 실제로 삼복더위에 오셨다. 초복, 중복, 말복을 여기서 보내셨다"며 "한달 더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박용진 강북을 국회의원은 "농성은 원래 불쌍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강북구를 대표하는 저나 박겸수 구청장이 농성했어야하는데 주민들을 위해 대신 농성해주신 박원순 시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양석 강북갑 국회의원의 발언도 이목을 끌었다. 정 의원은 "저는 박 시장에게 투표 안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어 "좋은 선물인 파인트리 건을 선물로 주셔서 축하드리고 감사드린다"며 "지역 발전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박 시장의 좋은 약속을 한국당에서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강북갑 지역위원장도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강북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렇게 마련된 전기를 시 간부와 주민이 현실로 바꿀 수 있어야한다. 저도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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