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비정규 청소노동자 홀대 의혹

기사등록 2018/08/17 18:33:08 최종수정 2018/08/17 19:56:57

직원들 출근 전 ‘냉방기 가동은 안 돼’

【경주=뉴시스】 이은희 기자 = 17일 오후 경주시 양북면 한수원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경주지부 등이 청소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냉방기 가동을 촉구하고 있다.2018.08.17. leh@newsis.com
【경주=뉴시스】 이은희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비정규 청소노동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오후 민주노총 경주지부는 한수원 본사 앞에서 “폭염에 쓰러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방관하며, 이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는 한수원과 용역업체의 비인간적 처사에 항의한다”면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을 즉시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7시께 경주시 양북면에 소재한 한수원 본사에서 이모(여·60) 씨가 건물 청소를 하던 중 더위에 지쳐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한수원은 직원들이 8~9시에 출근하기 때문에 오전 7시 30분에 냉방기를 가동했고, 청소는 주로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완료돼야 했다.  

정규직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건물 내의 사무실과 복도, 화장실 등의 청소를 끝낼 것을 요구함에 따라 청소노동자들이 새벽에 출근해 40도가 오르내리는 찜통더위에도 한두 시간 동안 서둘러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50대 중후반부터 60대에 이르는 여성 노동자들이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에 폐쇄된 건물에서 폐지와 쓰레기봉투 등 무거운 짐을 옮기며 청소를 했다”면서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냉방장치를 가동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한수원과 용역업체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용역업체가 이씨에 대해서는 '산재처리가 어려울것 같으니 50여 만원의 돈을 줄테니 조용히 넘어가자’고 회유하고 있다”면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업무지원처에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불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이씨가 쓰러졌던 7월 24일 오전에는 실내 온도가 26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온열질환으로 보기 어렵고, 정부 가이드라인 28도 기준에 못 미쳐 냉방장치를 가동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설관리팀에서 냉방기 가동에 대해 검토 중이며, 추후 청소직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수원에는 파견, 용역, 하청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6600여 명이 청소와 식당, 경비, 경정비 분야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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