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원가공개하면 소비자와 불필요한 다툼 생겨"
시민단체 "큰돈 들여 사는 아파트, 꼼꼼히 따질 권리 있어"
건설사들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일반 민간 기업의 기업 정보를 강제로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지사는 "공사비 거품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하는 조치"라며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3253억 원 경기도 건설공사 원가를 추가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2015년 1월1일 이후 현재까지 체결된 총 133건, 약 3253억원 규모의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이 지사는 올해 9월 1일 이후 계약 체결되는 10억원 이상 공공건설사업에 대한 설계내역서,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 등 원가자료를 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사기업에 원가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품들이 원가를 공개하는 건 아닌데 건설업계에만 요구한다는 건 불공평하다"며 "원가를 공개하면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 공공건설공사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내역서를 제외한 발주계획, 입찰공고, 개찰결과, 계약현황, 대가지급 등만 공개 돼있다. 내역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공개 가능하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원가공개를 하게 될 경우 소비자와 불필요한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마다 공사비가 달라질 수 있는데 다른 공사도 그 가격에 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통해 원가 절감한 부분도 있는데 마냥 가격만 보고 싸게 했고 소비자들이 착각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의 원가절감 노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억울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이 지사의 방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공사비 내역 공개를 통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일삼았던 건설사들의 부당 이익 착취를 줄이고, 아파트의 경우는 분양가를 낮춰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4일 논평을 내고 "공사에 투입된 공사비 내력을 투명하게 공개해 다단계 하도급의 부당이득 실태를 밝히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아파트는 서민들이 가장 많은 돈을 들여 사기 때문에 그만큼 꼼꼼하게 따질 권리가 있다"며 "지금까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던 건 평수와 마감재, 시공자 정도"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이번 원가 공개가 시민들에게 큰 이익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4월 성남시장 시절에 발주 공사 세부내역과 공사원가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공사비 거품이 꺼졌다"며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부당한 손실이 된다"고 SNS에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도청 관계자 역시 "공공건설공사 원가공개는 9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이미 도에 제출된 내역서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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