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몰카범은 징역, 안희정은 무죄…"여성 시위 격화"

기사등록 2018/08/14 13:37:05

안희정 판결 사회적 파장은…더욱 거친 여성 시위 예상

페미니즘 운동에 충격…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미투=무고'라는 프레임 형성될 경우 일부 위축 불가피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법정 입증 어려움 또 한 번 확인

유사한 성폭력 소송 나서려는 피해자 줄 거라는 전망도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여성단체 기자회견'에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18.08.14.suncho21 @newsis.com
【서울=뉴시스】 손정빈 윤슬기 기자 = 법원이 14일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아온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두고 최근 격화하고 있는 이른바 '여성 시위'에 기름을 들이부은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홍대 미대 몰카 사건'의 범인인 여성 모델이 초범에도 불구하고 징역 10개월 실형을 받은 반면 '미투'(Me too) 폭로로 법정에 선 안 전 지사에게는 무죄가 내려지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더욱 폭발적이며 급진적인 모습으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다.

 페미니즘의 급속한 확산에는 올해 초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본격화한 미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투 대열의 최전선에 선 여성 중 한 명인 김지은(33)씨가 안 전 지사와의 법적 다툼에서 일정 부분 패했다는 사실은 페미니즘 진영에 분명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거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러나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가 페미니즘과 미투의 후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한국 페미니즘이 단순히 '성 편파 수사 규탄'을 외치는 1차원적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진지하고 정교하게 여성의 인권을 고민하고 쟁취해나가는 동력으로 작용할 거라고 예측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대중적인 정서와 여성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걸 증명한 것"이라면서도 "무죄 판결 또한 그 나름의 또 다른 사회적 논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여성권 보호, 여성 인권 개선에 대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8.14.suncho21 @newsis.com
여성 시위가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전격적으로 진행돼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여성단체들의 '성(性) 편파 수사 규탄 시위'는 회를 거듭할수록 몸집을 불리며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선고가 여성 시위의 이러한 추세에 충분한 정당성을 부여해 더 많은 여성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할 거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이번 무죄 선고로 인해 '미투=무고'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질 경우 페미니즘의 일보 후퇴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사건 하나로 페미니즘이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적 담론이 잘못된 것으로 매도당하지는 않겠지만, 대중이 미투를 '무고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잘못된 행위'로 여기기 시작하면 페미니즘 진영은 폭로와 진정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재판부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김씨가 잘못했고 안 전 지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유죄로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텐데, 일부 집단이 이번 판결을 마치 페미니즘과 미투의 패배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최근 활발히 활동해온 여성단체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로 한정해서 보면 앞서 다수 법조인이 예상했던 것처럼 '위력'이라는 개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법정에서 인정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된 경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던 안희정 전 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한 여성이 안 전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플래카드를 빼앗으려 하고있다. 2018.08.14. photo@newsis.com
성폭력 사건을 주로 수임해온 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성폭력 소송에 나서려는 피해자가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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