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제재 재개에 토탈·지멘스·보잉 등 기업들 엑소더스

기사등록 2018/08/07 09:34:26

토탈·지멘스·에어버스 등 유럽 기업들 美 제재에 협력 방침

이란과 거래 끊는 다국적기업 50개 넘을 듯

분데스방크도 이란 돈줄 막기 나서…美 압박 때문인 듯

【테헤란(이란) = AP/뉴시스】 이란의 교통 및 도시개발부 장관 아마스 아크훈디가 8월 5일 미국의 이란 제재 직전에 매입한 ATR72-600 여객기의 출범을 기념하는 연설을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가동되면 살 수 없는 대형 항공기 5대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회사인 ATR사로부터 제재 시작 전날에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재개로 2015년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 이후 이란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BC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토탈, 푸조, 르노, 에어버스, 알스톰, 지멘스 등의 5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란과의 거래 중단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유럽 기업들을 발동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의식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기업들이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이유는 미국의 제재가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게도 모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세컨더리보이콧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프랑스 에너지 업체 토탈은 지난 5월 사업 철수를 예고했다. 토탈은 "미국이 특정 프로젝트에 예외(제재 면제)를 적용해야 계약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지멘스도 이란과의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조 케저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의사결정시)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우선 순위가 있다"며 "미국이 이것을 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 100여대의 항공기를 190억 달러에 공급하기로 했던 에어버스도 대부분의 계약을 포기할 전망이다.

 유럽의 금융기관들도 미국의 압박으로 이란의 돈줄을 막는데 동참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독일의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지난달 인출 규정을 개정하면서 이란이 함부르크에 있는 '유럽-이란 은행(EIH)'에서 3억 달러 유로의 보유 현금을 회수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분데스방크는 수취인이 금융 제재와 돈세탁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보증해야 현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은 이 조치가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결과였음을 암시했다. 베를린 주재 미국대사관은 지난 4일 트위터에 "이란의 활동을 막기 위해 협조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 역시 이란을 떠나고 있다.

 보잉은 지난 6월 이란에 대한 항공기 인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잉은 이란과 200억 달러 규모의 판매 계약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는 지난 5월 이란에 대한 보잉의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

 이란에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에너지 장비를 판매할 예정이던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지난 5월 이란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7일부터 시행하는 대이란 제재는 이란 정부의 달러 접근권을 차단한다. 또 금, 귀금속, 흑연, 알루미늄 등의 거래도 금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의 범위가 한정적이지만 기업들이 90일 후 시행되는 후속조치를 고려해 이란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11월 4일부터 에너지와 금융, 자동차, 민간 항공 분야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다. 유럽 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 의 기업들도 제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ah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