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휴가 쪼개 인터넷은행 규제완화에 '올인'

기사등록 2018/08/04 06:00:00

오는 7일 '인터넷은행 현장간담회'로 하계휴가 일정 변경

8월 규제혁신회의 앞두고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행보에 속도

여당 당론 선회로 "지금이 은산분리 완화 적기" 판단한 듯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인슈테크를 활용한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시연 및 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18.07.3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당초 계획을 바꿔 여름휴가 일정을 쪼개기로 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2~3일과 9~10일 두 차례로 쪼개 쓴다. 당초 최 위원장은 오는 6~10일 휴가를 내고 고향 강원도 강릉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는 7일 오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 일정이 갑작스레 잡히면서 여름휴가 일정을 불가피하게 조정했다고 금융위 관계자는 전했다. 당일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도 참석한다.

최 위원장이 휴가 일정까지 변경한 것은 그만큼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성과를 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최 위원장이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핀테크 산업의 구심점과도 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은산분리 규제의 완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인터넷은행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실상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최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긍정적 효과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며 인터넷은행 특례법 통과를 위한 국회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말 이후 총 5건의 인터넷은행 관련법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2건의 은행법 개정안과 3건의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이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있는 지분 4%)에서 34% 혹은 50%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히 최 위원장으로서는 지난 6월2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갑자기 취소된 바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뉴시스】추상철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뱅크에서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핀테크기업 협업 강화 및 향후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2018.07.23. scchoo@newsis.com
앞서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는 인터넷은행의 규제혁신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해서 은산분리와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방안 등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시작 2시간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준비 미흡' 때문에 전격 취소됐고 문 대통령은 "답답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취소됐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이달 중 다시 개최할 방침이다. 대통령의 지적까지 들은 최 위원장으로서는 여름휴가를 미루고 인터넷은행 활성화에 '올인'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실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경기 판교 카카오뱅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대표들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는 등 은산분리 등 규제완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은산분리를 고수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론을 바꿔 규제완화로 선회한 점도 최 위원장이 '지금이 인터넷은행 성과 창출의 적기'라는 판단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위원장은 닷새 간의 여름휴가 중 남은 하루는 광복절이 있는 8월 셋째 주께 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직사회의 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한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지난해에도 닷새 간의 여름휴가를 모두 소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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