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페트로차이나 제외 민간기업으로 세계 최초
【서울=뉴시스】 애플이 미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29조원)를 돌파했다. 1976년 실리콘밸리의 작은 창고에서 출발한 애플은 42년 동안 끊임 없이 성공 신화를 새로 쓰며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장 중 207.04 달러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주가는 전일 대비 2.92% 오른 207.39 달러로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도 시총 1조 달러를 유지했다.
시총 1조 달러는 세계적으로도 민간기업 중에서는 처음 달성된 기록이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가 지난 2007년 시총 1조 달러를 잠시 넘어선 적이 있지만 2008년 주가 폭락 사태로 기업가치가 2600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까지 아마존, 구글 등과 시총 1조 달러 달성을 놓고 경쟁을 하던 애플은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지에 먼저 올랐다.
애플의 올해 2분기 매출은 533억 달러(약 59조 69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한 실적이다.
2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4130만대를 기록했고, 이 부문에서 299억 달러(약 33조 4200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판매량은 전망치(4200만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판매 수익은 전망치(29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아이폰의 평균 판매 가격(ASP)이 724 달러로 예상치인 693 달러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아이폰X 출시 이후 평균 판매 단가가 올라가면서 적게 팔고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판매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의 주가 급락 사태 이후 기술주들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은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2%,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 이상 올랐다.
애플은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적과 사업 영역에서 차별성이 뚜렷하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인 'FANG(애플을 제외한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주가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많이 반영돼 '거품' 논란이 잦았다. 하지만 하드웨어 판매가 주력인 애플은 탄탄한 영업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입증해 왔다. 오히려 FANG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만약 애플의 수익이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처럼 관대하게 다뤄진다면 애플의 가치는 1조 달러보다 2조 달러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2분기 순이익은 115억 달러 수준이다. 반면 시가총액이 8000억 달러 대인 구글(8544억 달러)과 아마존(8848억 달러)의 분기 순이익이 각각 32억 달러와 25억 달러에 불과하다.
애플의 지난해 순이익은 560억 달러(약 63조원)로 나스닥 기업 중 1위다. 2위와의 차이도 배 이상 난다.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7배로 나스닥100 기업들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은 그동안 오르락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도 사실상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맥PC 판매로 시작해 MP3,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끊임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디지털 생태계에 적응했다.
특히 아이폰 출시는 애플 발전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이폰 출시 1년 전인 2006년 애플 매출은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순이익은 20억 달러에 머물렀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후에는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의 영혼과도 같았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사망 이후 지휘봉을 물려받은 팀 쿡 CEO는 리더십에 대한 끝없는 의문 속에서도 애플의 지속적인 성장 공식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이외의 부문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만들어내며 미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애플워치, 에어팟 등 기타기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나 증가한 37억4000만 달러(약 4조1800억원)를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 매출은 95억5000만 달러(약 10조 6760억원)로 28% 늘었다.
댄 아이브스 GBH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CNBC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이 증가한 것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며 "이것은 지난 10여년간 애플의 생태계가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애플이 단순한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는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의 비전을 말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아마존과 벌이는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견도 있다.
애플은 아직까지도 매출의 60%를 아이폰에 의존하고 있어 다시 한 번 근본적인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 경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마존에게 따라잡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클 볼 웨더스톤 캐피털 매니지먼트 대표는 블룸버그에 "모든 사람이 두 대의 아이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면 어려운 길을 가게될 것"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지만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누군가가 결국 애플을 능가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맷 록리지 웨스트우드 매니지먼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애플보다는 아마존 주식에 더 많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내재돼 있다"며 "아마존은 현재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영역에서 모두 1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