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매체 적극 활용 '상고법원 집중 선전' 전방위 전략

기사등록 2018/07/31 17:38:17

법원행정처 공개 문건서 언론 다각도 활용 계획

설문조사, 좌담회, 칼럼 등으로 우호 여론 조성

"일반 국민은 전문지식 결여되고 직관적·감정적"

"보수언론 적극 활용, 진보언론은 최소한이라도"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양승태 행정처'가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서 전 방위적인 프로파간다(선전)를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다수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언론 등 다양한 매체를 총동원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계획을 세웠다.

 여론조사와 좌담회 등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과 전문가 등 선전 대상을 나눠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생각을 심을 구체적인 방안도 고민했다.

 먼저 행정처는 언론과의 만남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통해 2015년 3월30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언론 접촉 결과 첩보보고'에서 "상고법원안 통과에 대한 전반적 회의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 언론 착안 사항'으로 "상고제도 개선 필요성에서부터 상고법원의 효율·당위성에 이르기까지 전면적 홍보 강화 필요" "전직 대법관의 반대 발언은 상고법원 추진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므로 전직 대법관들 상대 설득 강화 및 적극적 찬성자로 언론 기고 등에 활용할 필요성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문건에는 이후 행정처에서 본격적으로 선전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려한 정황이 나타난다.

 2015년 4월25일 문건에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에서 법안 심의 일정을 고려해 설문 조사, 지상좌담회, 칼럼 등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게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행정처는 설문조사의 방식과 기간은 물론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발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 방안 등을 구상했다. 좌담회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입장에서 상고법원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도록 참석자를 고려한 정황도 문건에 포함됐다.

 이후에는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언급하는 칼럼을 게시하되 집필진에게 관련 자료와 내용에 관한 기초 보고서를 제공키로 했다.

 일례로 이번에 행정처가 공개한 문건 가운데서는 상고법원 도입에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기고문과 칼럼이 4건 포함돼 있다. 또 특정 언론을 대상으로 연내 상고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도요청사항' 문건도 존재한다.

 행정처는 신문, 방송, 뉴미디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고법원 도입을 대중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행정처는 2015년 6월1일 '상고법원 관련 신문·방송 홍보 전략' 문건에서 "여세를 몰아 여론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기회로 삼을 필요" "상고법원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후 보완책 논의에 중점을 둔 굳히기 전략으로 전환 필요"라고 적었다.

 선전의 직접적인 대상은 '일반 국민'과 '전문가 등 여론주도층'으로, 간접적 대상으로는 '입법부'를 두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짰다.
문건에서 일반 국민은 '전문지식이 결여되고 복잡한 논리보다 직관적·감정적 이해 선호'라고 표현됐다. 그러면서 "상세한 정보보다는 국민의 정서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사례 발굴 필요"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여론주도층의 경우에는 각자의 논리,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고 보면서 '대세론'을 확산하는 쪽에 중심을 두고, 입법부는 우호적 의원과 여론을 활용해 압박키로 했다.

 매체의 성향을 분류하면서 대응 전략을 달리 정했는데, 보수 성향 언론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진보 성향 언론은 대등한 지면을 요구하거나 최소한이라도 활용하기로 했다. 또 '상고법원 신문·방송 홍보전략2' 문건을 통해서는 지역 언론과 종합편성채널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뉴미디어를 위한 선전 전략을 고심한 흔적도 있다. 2015년 6월 작성된 '뉴미디어를 활용한 상고법원 홍보방안' 문건에는 사법부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키고 상고법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장점·기대효과를 부각하기 위한 방향성이 제시됐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홍보 전략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팟캐스트 등 주요 채널에 따라 구체화 됐다. 유명 운영자나 웹툰 작가, 업체 등과 접촉해서 상고법원 도입에 긍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전파한다는 것이 주된 방향이다.

 상고법원 입법 성사를 위한 선전 전략은 2015년 7월 '상고법원 홍보 리스타트(RESTART)팀' 명의로 작성된 80페이지 짜리 문건에서 집대성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에는 ▲신문 ▲방송 ▲뉴미디어 ▲학술지 ▲토론회 등은 물론 사법부의 내부 자원을 활용해 상고법원 도입 필요성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상, 단독판사 이하로 구성원을 구분해 상고법원 도입에 우호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사례로는 각급 법원에서 사적인 모임과 유사한 형태로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내용 등이 제시됐으며, 결과는 하반기 내부소통과 홍보 전략에 활용하기로 계획했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