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네이버 액면분할, 주주가치 제고 효과 낮아"

기사등록 2018/07/29 08:00:00

"외국인·기관 비중 높아 개인 투자자 매수세 많지 않을 것"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없어 주주가치 제고 미미"

삼성전자 사례처럼 공매도 폭탄 우려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서울=뉴시스】 김정호 기자 = 지난주 네이버(035420)가 액면분할을 결정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주주 가치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코스피 대형주에 비해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높아 유동성 증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고 삼성전자처럼 액면분할 이후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6일 "보다 많은 국민들이 네이버 주식에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통주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 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75만원대인 주가는 15만원대로 낮아지는 대신 보유 주식 수는 5배로 늘어난다.

네이버는 오는 9월 7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액면분할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10월 8·10·11일 3거래일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12일에 신주권이 상장된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 콘퍼런스콜에서 "지속적 주가 상승으로 주가가 크게 높아진 만큼 투자 접근성과 유동성 확대를 도모해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하려는 것"이라며 "신규 투자자의 접근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액면분할은 수급 개선을 유도해 보통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업 기초체력을 개선하지는 않아 주가부양 효과는 낮다.

황성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이 실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타 주식에 비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은 개인 투자자의 거래를 늘릴 것이란 기대감을 낮춘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27일 기준)을 보면 네이버는 외국인 비율이 60.27%에 달해 삼성전자 우선주(84.0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네이버 특성상 액면분할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액면분할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액면분할이 '큰손'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앞서 5월 초 액면분할을 단행한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주당 250만원대였던 주가가 5만원대로 가벼워며 외국인과 기관들의 공매도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량이 가장 많은 주식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00위 밖이었다. 액면분할을 기점으로 공매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공매도 폭탄을 맞은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27일까지 주가가 11% 넘게 떨어졌다.

공매도는 과대평가 종목 가격을 빠르게 조정해주는 순기능도 있으나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단기에 몰리면 추종 매도가 잇달아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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