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서울대 총장추천위 책임론…"후보 검증 또 불안"

기사등록 2018/07/29 14:12:18

총추위 재신임 놓고 학내 구성원들 회의적

낙마 사태 직후에도 여교수회에 책임 전가

총장 공백 길어져 총추위 그대로 갈 가능성

"반성 없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서울대가 총장 후보 재선출에 들어가면서 어느 단계부터 절차를 다시 시작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절차에 참여한 집단들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학내 단체들이 입을 모으는 최대 쟁점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의 재신임이다. 총추위는 지난 총장 선거에서 예비후보자 5명 가운데 3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총추위는 총장 후보 낙마 직후인 지난 9일 이철수 총추위원장 이름으로 학내 일부 교수들에게 메일을 전달했다.

 총추위는 메일에서 "총추위가 사전에 강대희 교수의 여기자 성희롱 및 여교수 성추행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에 분노한다"며 "여교수회 회장이 공문으로 미투 관련 검증을 요청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은 총추위가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에 비판적인 시각이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됐음에도 여교수회에 책임을 지우는 모습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총추위가 책임을 지겠다는 반성의 태도가 없는데 다시 선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도 총추위를 다시 꾸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수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총추위가 사실상 총장 후보를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이를 전가하는 태도에 분노한다"며 "오히려 위기를 빙자해 자신들의 주도로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다는 엉뚱한 소리가 들린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역시 27일 이사회에 서신을 전달해 "현행 총장추천위원회의 재신임에 관한 학내구성원들의 총의가 모아지지 않았다"며 "총추위는 후보 검증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총학생회도 문건 열람을 요청했으나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7대 총장선거 파행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7.09. dahora83@newsis.com
하지만 총장 공백이 길어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총추위는 재신임 없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사회는 최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총장 재선출 절차에 대해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사회는 기존의 방식대로 총추위로부터 3명의 총장 후보자를 다시 추천 받겠다는 입장이다. 3명의 총장 후보자 선정 절차를 어느 단계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교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가 결정한다.

 또 이사회는 검증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총추위에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총추위의 경우 새로운 총장 밑에서 보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등의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다시 선거를 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며 "과연 제대로 된 검증이 될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not8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