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일부지급·나머진 '소송'"…'윤석헌표 보험개혁' 제동 걸리나

기사등록 2018/07/26 18:44:17

"삼성생명의 고육책" vs "금감원개혁 제동"

교보·한화생명 등 동일 사안 미칠 파장 주목

1조원대 보험금 일괄지급 문제 장기화 될 듯

삼성생명 서초사옥 (자료제공 = 삼성생명)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이 아닌 '일부'지급하기로 26일 결정하면서 '윤석헌표 보험개혁'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즉시연금 지급을 둘러싸고 업계 1위 삼성이 사실상 소송을 통해 법원판단을 따르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대 1조원을 놓고 벌어질 '즉시연금 일괄구제' 논의가 법원으로 넘어가는 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윤석헌표 보험개혁안' 발표 후 처음으로 표면화된 삼성생명의 이번 결정이 향후 금감원과 보험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의 처리 안건을 논의한 결과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치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수정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금감원이 요구한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미지급금 4300억원(5만5000건)을 지급할 것인지를 놓고 2시간여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발표한 대표적인 '보험 감독혁신안' 중 하나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사에서 미지급한 즉시연금 과소급분을 일괄지급하라고 발표했다.

삼성생명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5일 윤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험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할 수 있다"면서도 "일괄구제되지 않으면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행정 낭비가 크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소송보다 일괄구제를 유도했다.

심지어 "즉시연금 소비자 피해의 1차 책임은 보험사"라거나 "직권남용 우려에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강수를 뒀다. 또한 일괄지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권고 및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일괄지급해 줄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당부에도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 권고와 소비자보호를 위해 일부는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시 예시 금액'은 지급할 방침이다. 이사회는 "고객보호 차원에서 이를 검토해 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고 전했다.

'일괄지급'은 아니지만 '일부지급'한다는 이같은 결정이 삼성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측에선 금감원과의 관계, 소비자 보호의 책임, 이사회의 배임우려, 일괄지급 재정적 부담 등을 모두 고려해 짜낸 자구책이란 것이다.


그렇더라도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윤석헌표 즉시연금' 개혁안에 처음으로 불수용 입장을 보인만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오는 27일 정기이사회를 개최한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대상이 아니라 이번 정기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지만 삼성생명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화생명은 다음달 10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결정이 100%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삼성과 상황이 다른 만큼 자체적으로 다각적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도 "삼성의 결정과 향후 감독당국 대응상황에 따라 타사들도 대응책을 고민할 것"으로 봤다.

사실상 공이 금감원으로 넘어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자살보험금 사태를 예로들었다. 그는 "자살보험금 문제도 법원에서 소멸시효가 끝난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음에도 결국 보험사가 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지급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윤 원장이) 소송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상 소송 이후 강경모드로 계속 나올지 아니면 담백하게 소송결과를 지켜볼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joo4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