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MB 특활비 통로' 김백준, 1심 무죄…검찰 "즉각 항소"

기사등록 2018/07/26 16:42:03

法 "국정원 자금 요청, 관행으로 여겼을 것"

특가법상 국고 손실 혐의는 공소시효 지나

김백준 "재판 아직 안 끝났다" 심경 말 아껴

검찰 "무죄·면소 판결 부당, 항소할 것" 입장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8.07.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이혜원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 집사'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에 반발,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국고 등 손실) 방조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 등 손실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정원장과 대통령 사이 밀접한 업무적 관련성이 있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국정원장으로서 대통령의 지시나 요구를 함부로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 상납을 곧 뇌물로 단정할 순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앞서 선고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특활비 뇌물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도 국정원장들은 이 전 대통령의 요구를 청와대의 자금 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관행적인 예산 지원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활비를 전달할 당시 원장들의 거취와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가 행사될지 불분명했고, 이전에도 청와대에 특활비가 지원됐던 사례가 있었다"며 "국정원 예산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문제는 제기할 수 있어도, 불공정하게 직무를 집행할 우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국고 등 손실 혐의 면소 판단에 대해서는 "국고 등 손실죄는 업무상 횡령죄를 가중 처벌하는 것으로 회계관계 직원이 아닌 김 전 기획관은 횡령 방조죄로 처벌해야 한다"라며 "공소시효가 7년인데 마지막 범행 시기인 2010년 8월로부터 7년이 넘은 2018년 2월 기소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기획관은 선고가 끝난 뒤 건강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몸은 괜찮다. 말을 못 해서 그렇지"라며 무죄 심경에 대해선 "정리가 돼야 얘기를 하죠. 재판이 아직 안 끝났다"고만 답하고 법원을 나섰다.

 김 전 기획관의 변호인은 "이제 1심밖에 안 끝났고, 뇌물 무죄가 나와 검찰이 항소할 것이다"라며 "재판이 다 끝나고 난 후 입장을 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께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특활비를 받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김 전 기획관은 지난 3월 열린 첫 공판에서부터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게 재판에 참여하겠다"며 수사 및 재판에 적극 협조해왔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7.20. photocdj@newsis.com
지난달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도 "제가 한 일 모두 인정하고 아무 변명도 안 하겠다"면서 "어리석은 판단으로 잘못한 점 다시 한번 사죄 말씀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전 기획관에게 징역 3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던 검찰은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항소 계획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고 등 손실죄는 횡령과 별개로 특가법에 정해진 별도의 범죄"라며 "공소시효가 10년이므로 시효가 완성되지 않아 면소 판결은 부당하다"라며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물죄 역시 도움을 기대하고 특활비를 전달한 만큼 무죄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에 같은 취지로 항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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