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로 81명 사망·100명 이상 실종…2007년 이후 최악

기사등록 2018/07/26 11:16:57

급속한 산불 확산 원인 규명이 과제

정부 부실대응 등에 대한 비난 고조

【마티 (그리스) = AP/뉴시스】 그리스 아테네시 인근 마티에서 23일(현지시간) 발생한 산불로 주택들이 불타고 있다.   2018.07.24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아테네 북동부 휴양지를 강타한 산불 피해 사망자가 81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소방 대변인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 신고를 했다"고 전했다. 어린이 23명을 포함해 187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소방 당국은 화염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생존자 구조를 진행하는 한편 사망자 시신 수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망자 및 부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구조 지원에 나선 한 간호사는 "사람들의 형태가 마치 목탄 같다"며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40도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전역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지난 23일 아테네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주택가로 급격히 확산했다. 처음 산불이 난 지점은 아테네에서 약 50km 떨어진 키네타 지역이다. 이어 같은 날 오후 북동부 펜텔리와 라피나에서도 두 번째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6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2007년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산불 이후 그리스 산불 피해의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알렉시스 티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구조 당국 및 지역 시장과의 긴급 회의를 주재했다. 화재 희생자를 위한 긴급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자연재해에 대한 민간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재 발생 원인과 이후 대처에 정부의 책임을 묻는 국민적 분노가 고조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분명한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첫 번째 화재 경보는 23일 오후 12시30분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키네타에서 울렸다. 이후 오후 4시57분에 소방당국은 아테네 동쪽 라피나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후 약 1시간 만에 산불이 북동쪽으로 번졌다"며 "강풍의 영향으로 마치 용암이 흐르듯 해변 마을 마티로 세를 확장했다"고 말했다.

 세니 디미트리 검사는 아테네 인근의 숲에서 발생한 3건의 산불 발생 원인과 지방 당국이 주도한 대피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니코스 도스카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화재가 발생한 23일 "단순한 화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화재가 많은 곳에서 발생해 이렇게 번진 정황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마티(그리스)=AP/뉴시스】대형 산불이 발생한 그리스 아테네의 키네타 마을의 한 불타버린 집 앞에 24일 타다 남은 자동차 한 대가 놓여 있다. 강풍으로 산불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소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18.7.24

 그리스 내에서는 삼림 지대의 개발제한 구역 설정 해제를 원하는 토지 소유주가 의도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숲과 해변가에 건설된 조립식 불법 주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칙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작은 사례가 모여 이같은 재앙을 낳은 사실상 인재라는 주장이다.

 한 주민은 "숲에 집을 지으면 문제가 생길 것은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마티의 또 다른 주민은 "재난에 대비한 도시 계획이 잘못됐다"며 "적절한 도로도 마련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집은 노후했다. 우리는 당국이 개선 요구를 수년간 했지만 결국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화재로 주택 2500여채가 전소했다.

 지리학 연구 그룹 아틀라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아테네와 인근 휴양지를 포함하는 아티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의 65% 이상이 원인 미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발생한 화재는 2.6%에 불과했다. 목초지를 만들기 위한 방화 등은 그리스에서 전례없는 일이 아니라고 NYT는 지적했다.

 그리스는 특히 다년간 지속된 경제 위기로 소방예산까지 부족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올해 초 정부를 향해 "경제 위기 8년 간의 막대한 예산 삭감 때문에 대형 화재 2건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또 지방 당국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족과 함께 바다로 대피한 로즈마리 콜록트로니는 "경찰관들이 진두지휘를 잘못해 치명적인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이 우리를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에반겔로스 보르너스 라피나 시장은 "충분한 대피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당국이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기는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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