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애들이 안 죽는 게 이상한 어린이집 학대 환경"

기사등록 2018/07/25 18:30:36

참여연대 등 긴급좌담회에 어린이집 관계자들 참석

"정식교사 한 두명인데 원장은 장보고 운전하러 나가"

"스무살짜리 교사, 경력 단절 여성이 5~6명을 돌봐"

"학대 지적할 선배 교사 없으면 비리와 사고로 연결"

"슬리핑 차일드 체크 무용…기사 운행이력 관리해야"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소라미(왼쪽) 민변 아동인권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 긴급좌담회를 하고 있다. 2018.07.2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망 사건, 화곡동 영아 학대 치사 사건 등 잇따른 어린이집 사건을 바라보며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고 한숨 쉬었다. 

 25일 참여연대 등 8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긴급좌담회에서 어린이집 및 통학차량 관계자들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순천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는 김호연 보육시설비리·고발센터장은 "우리 교사들이 살인자가 됐다"며 "(어린이집의) 환경 자체가 아동학대를 위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보통 어린이집이 3~4개 반을 운영하는데 정식 교사는 한 두명이다. 원장이 장보고, 운전하러 나간다"며 "결국 유아교육과 나온 20살짜리 교사, 아이가 좋다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6~11개월짜리 아이 5~6명을 본다. 애들이 죽지 않는 것이 이상한 환경이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잘 살펴보면 건전한 어린이집이 없어지는 단계가 있다며 먼저 어린이집 비리 사건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장에게 대거리할 수 있는 연륜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옆에서 학대를 지적하는 선배 교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교사가 없어졌을 때 비리 사건이 나타나며, 그 결과로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학차량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통학버스에 방치된 어린이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목하는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보다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홍정선 한양관광버스협동조합이사장은 "어린이집 사망 사건이 자꾸 어린이집 교사의 책임으로 나오는데, 차량 사고의 경우 교통정책의 문제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소라미(왼쪽) 민변 아동인권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 긴급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 위원장,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역협의회장,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남봉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사회전체대표,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김영연 서울영유아교육보육포럼 운영위원. 2018.07.25. dahora83@newsis.com
홍 이사장은 "동두천에서 폭염 속 숨진 4살 아이 사망사건의 운전자가 평소에도 차 뒤편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며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사람들은 하루에 10건씩 이런 운전을 할 것이다. 더 이른 아침엔 중·고교생, 낮에는 전세버스, 어린이집은 그 10건 중 하나다"라고 실태를 전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이 무용하다고 지적하며 운전기사 관리제도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사고를 저지른 운전기사가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면 아무도 모른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운전자의 운행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빠르게 정책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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