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前기조실장 "MB에게 '특활비 상납 부적절' 말했다"

기사등록 2018/07/24 17:59:23

검찰, 김주성 전 기조실장 진술 공개

"결국 사달 난다는 생각에 정면돌파"

"'나중에 문제될 것' 간곡히 말씀드려"

검찰 "수수 위법성 인식했다는 대목"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활비 수수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 증거가 24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실장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인 2008년 3월부터 2010년 9월까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재직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그는 조사 당시 '기조실장으로 있을 때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임명 직후 이모 예산관으로부터 김백전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도와달라고 한다는 보고를 받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김 전 실장은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요청이 왔다는 건 청와대에서 얘기가 왔다는 의미"라며 "사기업에서도 이렇게 비자금 만들면 다 알게 되고, 몰래 해도 담당 직원 몇명은 알게 돼 결국 진실이 알려져 사달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 상납의 위법성을 밝혔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검찰에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청와대에 가서 직접 면담을 해 정면돌파하기로 했다"며 "독대 신청을 해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났고, (특활비를 청와대에 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숨길 수 없다는 취지로 간곡히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 말에 이 전 대통령은 "예전에 국정원에서 그런 관례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말에 공감했다고 생각하고 국정원으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 진술들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자금 수수의 문제점과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이 예산관은 자신이 김 전 실장에게 김 전 기획관 요구를 전달한 게 아니라 2008년 4월께 김 전 실장이 자신에게 "청와대가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리고 현금 전달 당일 김 전 실장에게 김 전 기획관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고, 청와대 인근 공원 주차장에서 돈이 든 캐리어 가방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예산관은 "김 전 실장이 '오늘 이 전 대통령을 만나서 더 이상 상납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얘기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를 한 기억은 있다"고 검찰에 밝혔다.

 다스 비자금 조성 등 이 전 대통령이 받는 16개 혐의 중엔 김 전 원장 시절인 2008년 4~5월께, 원 전 원장 시절인 2010년 7~8월께 현금으로 각 2억원씩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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