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적일까 친구일까…융커·트럼프 25일 만남 주목

기사등록 2018/07/24 17:02:01
【브뤼셀=AP/뉴시스】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총선 이후 정부 구성에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융커 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8.02.23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무역전쟁으로 날을 세운 전통의 서구 동맹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서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우방의 미래에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융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미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관세부과와 이에 대한 EU의 보복관세로 한 차례 불거진 무역전쟁을 진화하기 위한 협상에 나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는 수입 자동차에 20%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U의 수출 규모 중 500억달러(약 56조7750억원) 상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협적인 조치다.

 융커 위원장과 동행하는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주 "융커 위원장이 현 상황을 악화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융커 위원장은 유럽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은 유럽과 미국 양측에서 1조 달러 상당의 무역과 1500만개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무역전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막을 내리면서 융커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융커 위원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자동차 업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자동차 관세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컨설팅 기업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주 "EU 내 민족주의 정부의 득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는 EU와 캐나다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를 비준하지 않겠다면서 어깃장을 놨다.

 EU가 지난 17일 일본과 교역 상품의 90%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무역장벽을 체결했으나 이 역시 유럽 내 극우 정부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지적했다. 게다가 유럽의 대(對)미국 상품 수출량은 일본의 6배에 이른다.

 사이먼 프레이저 전 영국 외무차관은 "트럼프의 접근법은 힘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극단"이라며 "(EU가)북한이나 이란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발발시)입을 피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EU와 미국은 다방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주 미국의 기술기업 구글에 43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EU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문제삼았다. 이어 지난 주에는 중국과 EU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5일에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무역과 관련해서는 EU가 미국의 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 고문을 지낸 장 피사니 페리는 최근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Les Echos)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EU 자체를 장애물로 본다"고 주장했다.

 페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접근 방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EU가 미국과 중국, 유럽이 참여하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EU는 본질적으로 국제질서에 종속되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로 대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마리아 드머치스 부소장은 "융커의 첫 번째 임무는 EU가 입을 피해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EU 역시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0여년 간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것을 도왔던 미국이 이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게 됐다"며 "트럼프는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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