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같은날 대북제재 주의보 발령
"北단계적 해법 경계, 협상의 틀 바꿔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엔진 시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종전선언 이행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자신들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단 북한이 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은 비핵화 진전의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북한 입장에선 선제적 조치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맛'만 보여주고 (해체를) 중단해놓고 다시 협상을 할 수도 있다. 또 미국도 종전선언을 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7월27일) 65주년이 다가오면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남한 정부도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고 역할론을 강조하며 미국을 적극 설득할 것을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에 주문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유의미한 비핵화 조치가 먼저 이뤄지기 전에는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시기상 오는 27일 정전협정일에 종전선언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북미 양국이 비핵화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9월 UN총회에서의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미국은 동시적으로 자국 기업들을 주로 겨냥한 '대북제재 주의보' 발령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비핵화를 위한 미북 간 대화가 겉돌고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과 대북 강경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 이행의 고삐를 더욱 엄격하게 조여야 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신 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위성발사장 발사대에를 철거 폐쇄한다면 미국의 추가적 조치는 있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예외조항을 승인해줄지 모르겠지만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한다고 인식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요구사항을 세세하게 쪼개 단계적으로 이득을 챙겨가는 '살라미 전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미간 협상에서 북한이 엔진시험장 폐기를 거래 대상으로 삼을 경우 비핵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동시적' 해법으로 가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해야하는 신고, 검증에 관한 포괄적 합의가 필요하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어느 순간 중단하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은 그대로 갖고 있어 협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신고 검증할때 종전선언, 검증을 해주면 평화협정 체결을 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미북을 설득하는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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