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혁신 성장 '무게추' 이동···경제정책 균형 시도
'준비미흡' 답답함 호소한 文···규제혁신회의 대신 현장방문 먼저
국민 체감 성과를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 기조로 삼아온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에 있어서도 가장 빠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우선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행사에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하고,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규제혁신을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의료기기는 개발보다 허가와 기술평가를 받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정부기관을 뛰어다녀야 하고, 기술평가를 받을 때 제품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적인 제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제 때 신속하게 출시될 수 없는 구조"라며 "이 비효율적인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첨단 의료기기의 신속한 시장 출시, 체외진단 기기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인허가 통합서비스 제공 등 크게 3가지가 문 대통령이 발표한 정부의 규제혁신 방안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런 방안은 한 차례 취소됐었던 규제혁신점검회의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방안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 부처의 관행적 준비태도를 비판하며 회의 연기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무기한 보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관련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한 것은 탁상공론에 얽매이기 보다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의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자식의 건강을 위해 해외에서 무허가 혈당기기를 구매해 사용하다 식약처로부터 고발 당한 김미영씨를 참석케 한 것은 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씨의 억울한 사연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대내외에 많이 알려진 만큼 문제시 됐던 체외진단기기를 사전허가 방식에서 사후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의 사례로 홍보할 경우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발표를 계기로 일고 있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을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읽힌다. 규제혁신을 통한 혁신성장으로의 본격적인 방향 전환의 신호탄을 쏴 올린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전략인 '네 바퀴 성장론' 가운데 그동안 추진해 온 최저임금 인상을 바탕으로 한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향후 혁신성장으로 무게추를 옮김으로써 균형있는 경제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률을 언급하며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강조한 것이 그러한 인식을 뒷받침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매년 5%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다른 제조업에 비해 더 크다"며 "또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로 관련 산업의 동반발전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산업으로써의 전략적 육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의료기기 연구개발 지원도 2016년 3600억 원을 넘었고, 작년에 더욱 확대됐다"며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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