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 30분께 찾은 경북 의성군 안평면 금곡리의 한 산란계 양계장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궈진 열기로 가득했다.
농장입구에서 자외선 소독을 한 후 방역복과 비닐장화를 착용하고 만난 흥생양계 관리인 김영석(51)씨는 푹푹찌는 무더위에 볼멘소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의성은 이날 37도를 기록하는 등 7일째 낮 최고기온이 35~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경보 상태이다.
이 곳에서는 산란계(브라운종) 닭 10만여 마리가 하루 9만5000여 개의 달걀을 생산한다. 김씨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선 계사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4단 케이지 안에 있는 닭들이 내는 울음소리로 시끄러웠다.
한쪽 편에서는 대형 선풍기 60여 대가 쉼 없이 돌며 더운 공기를 밖으로 밀어냈다.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양쪽에 마련된 환기시설도 모두 개방했다.
내부를 둘러보는 짧은 시간에도 연신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계사 내부 온도는 35~36도를 오르내렸다. 닭들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듯 했다.
인근 안평면 괴산리에서 15년째 육계를 사육 중인 이신형(55)씨의 사정은 조금 나았다.
700여㎡ 규모의 계사 4동에서 35일간 키운 닭을 며칠전 출하했다. 그 뒤 병아리 3만 마리를 새로 입식했다. 병아리는 성숙한 닭보다 더위에 강하다. 통상적으로 입식 후 20일이 넘어서면 폐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폭염이 계속되니 병아리보다 사람이 더 힘드네요. 30분마다 한 번씩 닭들을 일으켜 세워줘야 하거든요. 닭들이 더위에 움직이지 않으면 폐사합니다. 더우면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반대로 닭들은 시원한 곳을 찾아 한 곳에 모입니다. 결국 포개면서 죽습니다. 지난해는 한꺼번에 4000여 마리가 죽기도 했어요."
이씨는 무더위에 대비해 계사 한 동당 대형 선풍기 12대씩을 설치했다. 그래도 선풍기 작동이 조심스럽다. 바람을 많이 쐬면 감기에 걸려 사육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 선풍기를 돌린다.
이씨는 계사 한 동에 겨울에는 1만2000여 마리를 사육하지만 여름에는 6000~8000마리로 대폭 줄인다. 계사 안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는 분사시설도 갖췄다. 하지만 습기가 높아지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잠시 온도만 낮춘 뒤 곧바로 작동을 멈춘다. 특히 출하 시기를 앞두고 무더위가 찾아오면 초비상이다. 더위에 지친 닭들의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후 3시께 찾은 금성면 초전리 협성농장(대표 장일근·58·대한양계협회 의성지회장)은 폭염이 절정에 달했다. 장 지회장은 대구에서 섬유공장을 23년간 운영하다 8년전 귀농해 육계를 사육 중이다.
장 지회장을 따라 들어간 사육장에는 출하를 불과 4일 앞둔 몸무게 400g 안팎의 육계 6만 마리가 있었다. 출하 당일에는 850g까지 살이 찐다. 온도컨트롤 장치 게기판에는 외부온도 35.5도, 내부온도 31.4도를 가리켰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닭 목덜미에 물도 뿌려줘 봤다. 목덜미에 개별 송풍까지 해봤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단다. 오히려 닭들의 스트레스만 잔뜩 올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과정을 겪은 뒤 최신설비를 갖췄다. 이제는 타 농장보다는 더위에 강하다. 제빙기를 이용해 만든 얼음을 물에 타서 주기도 한다. 사료에 비타민 등 더위에 도움을 주는 하절기 보강사료도 사용한다.
그래도 3개동 3000여㎡ 규모의 이 농장에서는 연이은 폭염으로 하루 80여 마리가 폐사하고 있다. 평소보다 2배 많은 양이다.
오후 4시 30분께 방문한 단촌면 병방리 자유농장(대표 최창식·51·대한양돈협회 의성지부장)도 한낮 무더위의 기세가 좀체 꺾이지 않았다. 이곳은 어미돼지(모돈) 550마리, 새끼돼지(자돈) 2500마리가 사육 중이다. 출생 후 60일까지 이곳에서 사육한 뒤 위탁농장으로 보낸다.
최 지부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기료가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이 나온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최신시설을 갖춘 사육장 내부는 깨끗했다. 가마솥 더위의 바깥과는 달리 내부는 시원한 바람이 돌았다. 사육장 내 통로 양 옆에는 케이지에 갖힌 어미들이 누워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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