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개는 반려동물이자 가축… 모순적"
"수백만 개 도살은 모순된 법 탓…개정해야"
꽃상여·붓글씨·곡소리…청와대 향해 장례 행진
시민 반응 제각각 "평화롭다", "풍습 존중해야"
개 사체 11구 행진 때 들고가다 경찰 제지도
동물해방물결,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18 황금개의 해 복날 추모 행동'을 갖고 "개를 반려동물이자 가축으로 모순적이게 분류하면서도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빠져 있어 축산과정에서의 학대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에는 대학내 채식주의 모임인 고려대학교 '뿌리:침', 서울대학교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모임' 등 100여명이 참석, 개 도살 금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동물권 확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개가 반려동물이라면 도살자를 처벌해야 하고 가축이라면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며 "모순된 법과 정책으로 수백만 개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뙤약볕이 드는 무더운 날씨임에도 참석자들은 '개 도살 금지(STOP DOG SLAUGHTER)'가 적힌 검은 티셔츠를 맞춰 입고 추모 집회에 섰다. 이들은 개 도살 현장을 찍은 사진 피켓을 들고 "정부는 개 도살 금지하라", "정부는 개 식용 방관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크리스 드로즈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 대표는 "한국의 개 식용 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모두가 지금 노예제도를 용납할 수 없듯 개 도살도 용납할 수 없다고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추모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 광장에서 경복궁역을 거쳐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꽃상여를 짊어지고 '정부는 개 도살 금지하라'고 적힌 만장(輓章·돌아간 이를 생각해 지은 글)을 들고 뒤따랐다. 장례 행진에 걸맞게 상여 곡소리를 틀어놓았으며 붓으로 '개 식용 금지'라고 쓴 현수막도 펼쳤다. 개 사체 11구도 꽃상여에 올려 이동하다가 집회에 신고되지 않은 물품이라며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행렬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는 듯 신기해하는 반응으로 사진을 찍었다.
반면 한 70대 남성은 "서양인 기준이면 저 말이 맞겠지만 여기는 한국"이라며 "한국에선 한국 풍습을 따라야 한다. 남의 나라 기준에 따르면 하나도 못 먹는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주최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와 같은 내용으로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했다. 이번 추모행사는 서울,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디시 등 세 곳에서 연쇄적으로 열린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0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용을 위한 개 도살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표창원 의원의 개, 고양이 도살 금지 법안을 통과' 청원글에 18만명 이상 지지했다.
hwahw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