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유치원 폐쇄 공익적 이익 크다"
항소심 재판부 "원장에게 책임 물을 수 없다"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찜통 통학버스'에 유치원생을 8시간 가량 방치해 혼수상태에 빠뜨린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과 항소심 판단이 엇갈렸다.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는 의견과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이창한)는 광주 광산구 S유치원 원장 박모씨가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유치원 폐쇄명령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유치원 폐쇄명령은 부당하다고 지난 5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인솔교사와 운전기사가 고의로 유치원생을 찜통 통학버스에 방치했다고 볼 수 없고, 그 책임을 원장인 박씨에게까지 물을 수 없다는 데 판결의 방점을 뒀다.
시설폐쇄에 따른 공익적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원생들이 전학할 경우 정서적,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봤다.
무단 학급 증설이나 유치원운영위원회 부적절 운영, 교원처우개선비 부정 수령 등의 위법사항도 시정 또는 명령으로 개선할 수 있어 시설폐쇄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결정했다.
반면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이정훈)는 지난해 8월 S유치원이 운영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한 점이 많고 중대한 과실(유치원생 혼수상태)이 있어 폐쇄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등이 통학버스 운영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아 유치원생이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원장인 박씨가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또 유치원 운영의 위법행위가 전 과정에 걸쳐 있어 이번 사고가 발생했고 원장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유아교육법을 위반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시설폐쇄에 따른 공익적 이익이 박씨의 사익보다 크다는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1심과 정반대 판단을 한 항소심의 판결을 놓고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 분분한다.
위법한 사안에 따라 엄격한 법리적 해석을 하고 비례원칙을 적용해 법적 안정성을 유지했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유치원생이 2년 가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을 감안하면 항소심 판결이 너무 관대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진희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원장에게 인솔교사와 운전기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시설폐쇄를 처분한 것은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환영할 일이다"며 "법리적 해석에 치우쳐 사안을 개별적으로 판단한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1심은 사회적 충격을 감안해 정의의 관점에서 법적 합목적성에 무게를 뒀고, 항소심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법리적 해석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안정성이 없는 처벌의 필요성은 극단으로 치우칠 수 있고, 반대로 법적 안정성만 강조하다보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해석에만 머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이번 판결은 국민이 느끼는 법 감정과 사법부의 고민이 어느 지점에 있느냐를 보여준 사건이다"고 덧붙였다.
광주시교육청은 법원의 항소심 판결문이 송달되면 법리적 해석을 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2016년 7월29일 S유치원에 다니던 A(4)군이 유치원버스를 타고 등원했다가 폭염 속에 8시간 가량 버스 안에 방치돼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원장 박씨는 광주시교육청이 시설 폐쇄명령과 자신에 대한 중징계(해임·파면) 처분을 요구하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원장 박씨에 대한 중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으나, 유치원 운영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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