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과 7년 특허전쟁 종결…얻고 잃은 것은?

기사등록 2018/06/28 19:46:49

삼성-애플, 2011년부터 이어온 특허 분쟁 합의..."동일 내용 제소 않는다"

애플, 스마트폰 '원조' 자리 공고히...삼성은 7년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올라

삼성, '카피캣' 오명은 피할 수 없어...中 업체 따돌릴 혁신은 과제로 남아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삼성이 애플과 2011년부터 7년여간 이어온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분쟁을 종결하기로 28일 합의했다.

 삼성과 애플은 이번 합의 조건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지만 외신 등에 따르면 양사는 동일한 내용으로 제소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양사는 기나긴 스마트폰 디자인 관련 분쟁을 자신들의 의지로 종결지었다.

 삼성은 애플에게 지급해야할 거액의 배상금 문제도 남았지만, 매분기 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억 달러가 넘는 잉여금을 쌓아놓은 애플에게도 배상금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소송은 양사에게 진정한 스마트폰 혁신 기업을 가리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이번 합의로 애플은 2007년 처음 세상에 스마트폰을 내놓은 '원조'의 자리를 지켰다. 삼성은 이번 소송으로 인해 '카피캣'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지난 7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에 오르며 실리를 챙겼다. 

 ◇'둥근 모서리'로 시작된 1차 소송...애플 "디자인 가치 믿는다...돈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디자인의 가치를 진정 믿는다. 우리는 끈질기게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왔고 고객을 기쁨으로 만족시켰다. 이번 사건은 돈 이상의 것이었다.

 애플은 지난 5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연방지법 배심원단이 내린 평결을 두고 디자인의 가치를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배심원단은 삼성이 네모난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 액정화면 테두리, 사용자 UI 등과 관련된 디자인과 스마트폰 기능 등의 특허를 침해해 입은 애플의 재정적인 손해 5억39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5억3900만 달러라는 배상액의 대부분은 디자인 특허 침해와 연관됐다. 배심원단은 디자인 특허를 침해해 5억3330만 달러와 기술 특허를 침해해 530만달러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배상액의 차이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의 주된 쟁점은 디자인이었다. 소송의 쟁점이 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도 이를 뒷받침한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제품의 외관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특유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사용자가 네모난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와 액정화면 테두리 등을 보면 '애플의 아이폰' 이라는 고유한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와 관련해서 삼성이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삼성은 배상액 산정 기준이 제품 전체가 아니라 일부 부품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펴며 미국 대법원에 인정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애플과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스마트폰의 '원조'임을 법원에게 인정받은 셈이 됐다. 하지만 애플이 디자인 특허 침해를 주장한 삼성 제품들이 이미 단종됐고, 배상액도 삼성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에 실리적으로는 얻은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카피캣' 오명 벗기 어려워..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오르며 실리 챙겨
 
 삼성은 이번 합의로 인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어마어마한 소송비를 부담하며 애플과의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지만 합의를 받아들인 점은 의외라는 것이다.

 그동안 양사가 합의를 할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에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소송을 양측이 취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미국 대법원에 상소하며 적극적으로 이번 1심 재환송 재판을 이끌어 냈다.

 외신은 양측이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속되면서 양측이 막대한 소송 비용을 대면서 법적 다툼을 이어갈 명분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삼성은 애플의 변화를 이끌어 낼 만큼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르며, 이제는 시장을 주도하는 1위 사업자가 됐다. 삼성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소비자에게 대형 화면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또 다른 혁신을 보여줬다. 갤럭시노트는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엄지손가락으로 조작이 가능한 작은 화면을 고수하던 애플도 삼성의 공세에 대화면 모델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카피캣으로 치부하던 삼성이 이제는 쫓아가야 할 경쟁자가 된 셈이다.

 삼성은 애플과의 소송기간 동안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분기 아시아와 북미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총 22%의 점유율을 기록,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은 이번 소송을 겪으며 애플에게 혁신의 원조라는 명분은 내주었지만, 스마트폰 부문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우똑서게 됐다.

◇합의 이후 삼성의 숙제는..."애플을 제쳤던 그 이상의 혁신을 다시 보여줘야"

 이제는 삼성 차례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을 뒤쫓는 수많은 '카피캣'들이 공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삼성을 추격하는 후발주자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다. 삼성과 애플이 소송을 시작했던 2011년에 이들 업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을 모방하며 성장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성능은 크게 뒤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이 삼성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은 중국에서 1%대라는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도에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를 발표하며, 삼성을 끌어내리겠다는 기세다. 

 아직은 '저가폰'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기술력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 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폴더블폰'도 중국이 먼저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카피캣이라는 부정적 평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1위라는 자리에 안주한다면 삼성도 중국 업체 등 후발주자에게 역전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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