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각막 이식받은 원숭이 눈 407일째 '정상' 유지

기사등록 2018/06/27 11:00:00

1년 이상 기능유지 '이례적'…3마리 국제임상 제시 기준 충족

농진청 "올 하반기와 내년 추가 이식…최소 8마리 수술 계획"

【세종=뉴시스】왼쪽 눈(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눈)에 돼지 '믿음이'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 2018.06.27.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돼지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의 눈이 1년 이상 정상 기능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이종(異種) 간 각막 이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바이오 이종이식용 돼지 '믿음이'의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의 눈이 407일 간 정상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종이식에 사용하는 면역억제제 없이 안약만으로 1년 넘게 정상 기능을 유지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첫 사례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번에 시도한 수술은 '부분층 각막 이식'으로, 이상이 있는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은 편인데다 합병증과 거부 반응이 적어 실제 사람에게도 많이 시행한다. 

원숭이 왼쪽 눈에 돼지 각막을 이식한 후 2개월간 안약만 투여했다가 중지했지만 혼탁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농진청 측 설명이다.
 
양창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종 각막 이식후 정상 기능을 유지했다는 것은 거부 반응 없이 각막의 투명성이 유지된다는 의미"라며 "동물의 시력을 측정할 수 없어 동물실험에서 시력을 논할 수 없지만 거부 반응과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각막 혼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력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이식을 포함해 총 3마리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사람에 대한 이종 간 임상시험 적용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원숭이 8마리에 이식해 5마리가 최소 6개월 이상 생존해야 하며, 이중 1마리는 12개월 간 이식받은 각막이 기능을 유지해야만 임상시험에 적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농진청은 그동안 이종이식용 돼지인 '지노'(2009년)와 초급성·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추가한 '믿음이'(2010년), '믿음이'에 급성혈관성 거부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추가한 '사랑이'(2017년)를 개발했다.

2016년 8월 처음으로 '지노'의 각막을 원숭이에 이식했을 때는 100일 동안 정상 기능이 유지됐다.

그해 9월(234일)과 지난해 5월(202일) 두 차례에 걸쳐 이식한 '믿음이'의 각막은 정상 유지 기간을 2배 정도 늘렸고, 네 번째 도전 만에 면역억제제 없이 사람 간 이식에 사용하는 수준의 안약만으로 1년 이상 정상 기능을 유지했다.

윤 교수는 "이종 이식시 발생하는 치명적인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데, 면역억제제 없이 원숭이가 1년 이상 기능을 유지한 것은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고려해도 될 만큼 가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WHO 기준인 최소 8마리를 충족하기 위해 올 하반기와 내년중 추가 각막 이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양 원장은 "최소 8마리의 원숭이에 각막을 이식해 이종 이식에 대한 안정성을 확실히 검증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jp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