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08년 이후 핀란드 주요 정책 조사 결과 발표
혁신역량 배양과 스타트업 육성, 우수 인력 재배치, 규제완화 등 해법 제시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한때 노키아의 나라였던 핀란드가 혁신역량을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과 규제완화로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노키아가 휴대전화로 세계를 석권하며 축적한 정보통신 기술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접목하고, 노키아의 우수 인력들을 사회적으로 재배치하면서 경제가 회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주요 정책들을 살펴본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핀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다섯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등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어왔다. 특히, 핀란드 대표 기업인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라는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매각한다.
이를 두고 핀란드가 'One Firm Economy(단일 기업 경제)'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경연이 분석한 결과, 당시 핀란드 경제위기는 노키아 부진 외에도 여러 대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결과였다고 해석했다.
한경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5년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 특히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핀란드 기간산업인 제지산업의 피해가 컸던 것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핀란드 정부는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혁신역량 배양과 이를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 ▲노키아 등 글로벌 대기업에서 실전을 쌓은 우수 인력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를 위한 규제완화 등에서 찾았다. 여기에 대외 위기요인들이 일부 해소되고 노키아도 5G 네크워크 분야로 변신에 성공하면서 2016년 이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핀란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 8.7% 감소했지만 2016년 1.8%, 2017년 2.6%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혁신역량 배양하는 교육인프라
우선 핀란드 경제가 대내외 위기와 불황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핀란드 특유의 혁신역량이 있었다. 한국 대비 경제규모 1/5(2018년 명목GDP 기준), 인구 1/9, 면적 1/3인 핀란드는 생존을 위해 인재육성에 주력했고, 그 성과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세계 상위권 점유로 나타났다.
교육부문 투자(GDP 대비 6%, 한국 4%)와 성과가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역량으로 이어졌는데, 혁신역량이 단기간에 배양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우수성이 드러난다. 특허출원, 산업디자인, 연구개발(R&D) 투자 성과 등을 지수로 계량화한 세계 혁신지수를 보았을 때 핀란드는 세계 4~8위권의 상위 랭크를 점유하고 있다.
◇혁신역량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
핀란드 경제는 세계 최고수준의 혁신역량을 활용한 신산업 발굴과 창업 분위기 조성,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스타트업 경제로 변신하고 있다.
2011년 4월부터 노키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000여개의 중소기업 탄생했고 핀란드 기술혁신지원청(Tekes)은 펀드 조성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R&D를 지원하고 있다. 노키아 이후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로 대표되는 글로벌 스타 기업 'Rovio'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서 경험과 훈련을 쌓은 인적자원 활용
과거 노키아 전성시기에 활약하던 우수 인력들이 핀란드 경제 전반에 재배치되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 노키아의 혁신역량과 노하우도 함께 이식됐다.
노키아가 '노키아 브리지 인큐베이터(Nokia Bridge Incubator)'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퇴직 인력들의 창업을 지원한 결과 2017년 기준 2370여개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노키아 브리지 인큐베이터는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가진 노키아 출신 해고·퇴직 인력에 대해 2만 유로까지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고 4인 이상 창업시 10만 유로, 이후 사업체당 최대 5만 유로까지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규제완화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투자
경제 회생과 재도약의 계기 중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핀란드 정부가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 배경에는 ▲대기업 노키아가 축적한 ICT 첨단기술, ▲북유럽 전형의 공공보건 시스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20%의 초고령사회 진입 등이 있다.
향후 재정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의료 분야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해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핀란드 정부는 '바이오뱅크법'을 제정해 의료 관련 빅데이터 구축이 가능한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방대한 규모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임상 실험과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술 개발이 가능해졌다.
국내 바이오뱅크 사업은 질병관리본부 주축으로 2008년부터 시작돼 핀란드보다 시기적으로 앞섰지만, 의료 정보의 소통과 활용을 막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원격 진료를 금지하는 의료법 규제 때문에 사업에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이와 달리 핀란드에서는 이미 '가상병원' 파일럿 프로젝트로 원격 진료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환자 의료정보의 98%가 전자데이터로 전환됐고, 이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핀란드는 혁신역량 배양과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국가"라면서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법 체계를 바꾸는 근본적 규제 개혁과 교육 인프라에 대한 혁신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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