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보다 한국에서 유독 비싼 '준명품'…왜?

기사등록 2018/06/11 13:42:09

겐조 국내 쇼핑몰 가격, 해외 사이트와 7만~10만원 차이

의류업계 "유통비 만만치 않아"

유통업계 "마진 안 높아...가격은 본사서 결정"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국내에서 준명품 취급을 받는 해외 브랜드들은 정작 본국에선 캐주얼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겐조나 코치, 소니아 리키엘, 메트로 시티 등의 브랜드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같은 현상은 높은 유통 비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본사의 가격 정책과 관세, 물류비 등 부가적인 부분이 더해져 나타난다. 하지만 해당 업계에는 최근 마케팅 방식으로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고급화 전략은 거의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준명품 대열에 올라 있는 해외 브랜드들은 본국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프랑스 사치품 브랜드로 알려진 겐조의 경우를 예로 들면, 롯데닷컴에서 판매 중인 59만6100원 짜리 남성 스웨트 셔츠는 겐조 공식 홈페이지에서 49만1400원(390유로)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남성 티셔츠들도 적게는 7만원에서 크게는 10만원 이상 가격이 차이난다.

 사람에 따라 개별 제품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들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코치가 (현지에서는) 우리나라 브랜드로 치면 러브캣 정도"라면서 "미국에선 부담스럽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인데, 우리나라에선 좀 더 부담스러운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러브캣은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다소 저렴한 축에 속하는 패션잡화 브랜드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도 국내에서 준명품 취급을 받는 브랜드들에 대해 "(현지에서는) 젊은 아줌마들이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들"이라면서 "그래서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갔을 때 외국에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유통비가 지목된다. 유통비 지출이 많다보니 의류업체들은 애초에 가격 책정 자체를 높게 하고 있다. 저가 브랜드일수록 남는 게 없기 때문에 가격은 더 올라간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우선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일반적으로 대부분 의류업체들은 원가에서 5배수 이상씩 남긴다고 한다"면서 "고가 브랜드는 5배수까진 아니고 3배수, 4배수 이렇게 가고, 중저가는 5~6배수씩 남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 브랜드들을 들여오는 유통업체 측은 유통 마진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닌데다, 가격 결정권은 본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브랜드들은 공급 부담이 더 들 수밖에 없다"면서 "유통 마진도 있겠지만 수입브랜드는 관세랑 물류비 기타 등등 포함시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통 마진의 경우 "명품은 메이저일수록 10%대에서 형성 될 거고, 좀 더 떨어지는 건 20%대에서 형성되는 식"이라면서 저렴한 브랜드일수록 높게 책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마케팅 방식으로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고급화 전략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고급화 전략은 옛날 얘기인것 같다"면서 "지금은 모든 소비자들이 직구 등을 통해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고급화 전략이라 보다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 때문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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