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김진희·차승언·최선등 7人 회화 설치 영상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다니엘 뷔렌이 쓴 '세로 선'처럼, 그 일상의 패턴을 사용합니다. 그림이 전시장에 걸렸을때의 신화성을 깨기위해 설치작품을 하기도 하죠. 미술은 고귀한게 아니다'라는...일상과 고급, 아카데미 미술의 격차를 없애고 싶은 작업입니다."
젊은 작가 차승언은 섬유를 사용한 직조의 방법을 통해 추상회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현시대에는 사라진 30년된 베틀로 만들어낸 작품은 지난한 노동으로 압축됐다.
금호미술관 지하 1층에 전시된 차승언 작가의 작품은 공예와 회화, 설치의 경계를 넘나든다. 씨실과 날실의 짜임이 그리드와 패턴을 만들어내 현대 추상회화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동시대 한국, 도시의 일상에서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패턴과 무늬들을 직조하고 염색해 채색한 것입니다. 2014년 제작 당시 동대문 시장에서 유행했던 반짝이 뜨개실을 재료로 하거나, 천막의 무늬를 원본과 함께 차용했어요."
동시대 미술에서 '추상'이 지니는 의의를 살펴볼수 있는 전시가 금호미술관 올해 첫 기획전으로 마련됐다.
'플랫랜드(Flatland)'를 타이틀로 김규호, 김용익, 김진희, 박미나, 조재영, 차승언, 최선등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30~40대 젊은 작가속에 60대인 '땡땡이 회화'로 유명한 김용익 화백은 "모더니즘의 계보를 잇는 전시"라고 규정했다.
전시는 추상의 단순성과 명료성을 활용하여 작가들이 발견한 도시 세계를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였다.
'추상'이라는 기본 개념, 기하학적 형태를 탐구하거나 일상의 사물을 조형적 요소로 변환하는 등 작가들은 미술의 전통적 과제인 ‘재현’의 문제에서 나아가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이를 추상화하여 보여준다.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다. 1960년대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진 급격한 경제 성장과 도시 개발은 당시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조형성과 미감을 제공했다.
도시 계획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의 기하학적 패턴과 형상은 기하추상미술과 하드에지, 옵아트 등으로 자연스레 표상되었고, 미술가들은 건축가나 디자이너들과 그룹을 만들어 신조형파와 같은 추상 미술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산업화 시기의 도시 풍경은 작가들에게 신선한 조형적 자극이 되어 형태적 측면에서 주로 탐색되었지만, 도시화가 이미 뿌리를 내린 오늘날의 작가들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도시의 외형이 아닌 그 이면에 담긴 개별의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동시대의 추상은 기존의 미술사조나 형식적 탐구에 기대기보다, 작가 스스로에게 습득되거나 체화된 언어로서 전용된다. 일상적 소재와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공감대는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고, 낯설지만 익숙한 이 새로운 추상은 2차원 세계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속 이야기로 우리를 이끈다.
이 전시 '플랫랜드'는 미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추상의 문제를 통해서 세계 혹은 대상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살펴볼수 있다.
참여 작가들은 추상의 언어를 비틀기도 하고, 대상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 추상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들의 작업에서 추상은 과거의 유산으로 작동하기보다, 형태적∙기능적으로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시각 언어로서 주목된다.
김윤옥 큐레이터는 "전시 제목 ‘플랫랜드’는 19세기에 출간된 에드윈 애벗(Edwin A. Abbott)의 소설 '플랫랜드 Flatland)'에서 착안된 것"이라며 "2차원 세계인 플랫랜드의 정사각형이 3차원과 0차원 등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공간과 차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이야기처럼 이번 전시 '플랫랜드'는 인식의 도구로써 사용되는 추상에 주목하여, 오늘날의 맥락 속에서 작가들이 이를 어떻게 자신의 언어로 구체화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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