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미국·스위스 공동연구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국내외 연구진이 단백질의 기능을 중심으로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모형을 개발했다.
UNIST 자연과학부 츠비틀루스티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는 미국과 스위스 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단백질의 기능이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모형을 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공동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유전자가 단백질 기능에 필요한 경첩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띠(shear band)를 만들어낸다는 가설을 美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단백질은 수많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뤄져있다. 단백질이 기능할 때 동반되는 경첩운동은 단백질이 크게 뒤틀리거나 굽는 움직임을 말한다. 단백질의 가운데 부분이 유연하면 단백질 전체가 경첩처럼 구부러질 수 있어 이 유연한 띠의 발달 정도를 진화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
초기 단백질은 단단한 무극성의 아미노산 결합으로만 이루어져 경첩 운동이 불가능했다. 세대를 거듭하자 단백질에 무극성 아미노산 일부가 극성 아미노산으로 변형되는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비교적 약한 결합을 하는 극성 아미노산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진화를 거치면서 단백질 중심은 극성 아미노산으로 점차 바뀌었다. 극성 아미노산이 유연한 띠를 이루면서, 경첩운동이 가능해지고 비로소 단백질이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연구자들은 단백질 기능을 분석할 때,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구조에 주목했다. DNA에 담긴 유전정보가 아미노산 순서를 결정하고, 아미노산 사슬이 뭉쳐 단백질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200여개의 아미노산을 극성과 무극성, 두 종류로 단순화시켰다. 초기에는 무극성 아미노산으로만 이뤄진 기능 없는 단백질에서 시작해 한 세대에 하나씩 돌연변이가 나타나도록 시뮬레이션을 설계했다.
적자생존 법칙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 도태시키는 진화 전략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했다.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면 기능이 생겨 돌연변이가 유지되는 원리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구진이 설계한 단백질 모형은 약 1천 세대 후에 기능을 가졌고, 약 100만 가지의 경우의 수로 진화했다.
단백질 진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극성 아미노산으로 등장한 돌연변이가 멀리 떨어진 다른 무극성 아미노산에도 돌연변이를 일으킴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돌연변이가 유연한 띠를 따라 발생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경첩운동의 핵심이 되는 띠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또 연구진은 단백질 모형에서 나타난 현상이 유전자 간 원거리 상관관계와 매우 유사함을 발견했다. 멀리 떨어진 유전자들은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으로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끼치지만 실제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 진화 모형으로 유전자와 단백질 기능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단백질 기능을 반영한 진화 모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츠비 틀루스티 교수는"진화는 단백질이 기능하는 방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찾아낸다. 이번 진화 모형은 단백질기능과 유전, 진화를 한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최초"라며 "미래에는 이 연구를 단순한 모델이 아닌 실제 단백질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록펠러 대학, 스위스 제네바 대학과 협업해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2018년 5월1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gorgeousk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