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과제인 북미간 비핵화 합의 선행돼야
종전선언 → 평화협정 체결···北 요구 체제안전 보장과 직결
북미 간 '비핵화 담판' 이후 여세를 몰아 종전선언까지 쉼 없이 속도를 내야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 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남북미 3국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해야한다는 그동안의 인식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엿볼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남북미 3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귀국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면서 좌초 위기의 북미 정상회담을 우선적으로 성사 시키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안으로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2개월 뒤 65주년을 맞는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에 6·25전쟁 당사국 정상들이 함께 모여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2개월 안에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선결 과제인 북미 간의 비핵화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초 예정된 다음달 12일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야만 차질없이 '평화협정 3단계 로드맵'을 이행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의미의 종전을 선언하고,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내며,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이다.
종전선언과 뒤따라 수반되는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되면 지체 없이 추진할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구상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의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대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걱정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남북미 3국간 실무적 차원에서 3국 정상이 함께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실무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방안을 여러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3국 정상 간 종전선언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는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웨인 클라크,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각각 서명했다. 남한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북진 통일'을 주장하면서 스스로 정전협정문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반도 분단의 직접 당사국으로서 평화협정 만큼은 한국이 배제될 수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곧바로 평화협정에 관여할 수 없으니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통해 일종의 평화협정 체결 참여에 대한 정치적 명분을 쌓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관여 여부는 전적으로 중국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다면 남북미 3국 정상만으로도 충분히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북미 3국 정상이 정치적으로 종전을 선언한 뒤,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남북미 정상이 종전선언을, 남북미중 정상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북핵 6자 회담국이 이를 보증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맞춰 싱가포르를 찾았다가 연이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자 정상회담을 언제, 어떻게 개최하느냐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된 것이 없다"면서 "실무차원에서 가능성 검토는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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